이미지 크게보기 왼쪽 첫 번째가 고 강신재 씨.

강신재(1967~2017)

1998년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네 살 된 딸을 먹여 살리겠다고 대리점 운영에 뛰어들었다. 실적도 없던 내가 처음으로 본사 회식에 참석했고, 거기서 사원이었던 너를 처음 봤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에 참 열심히 사는 친구라고 느꼈다. 상사한테 혼나면서도 허허실실 웃고 있는 모습이 참 기억에 남았다.

그날로부터 10년 후 또 한 번의 인생 전환점에 우리는 다시 만나 친구가 되었다. 오래전 한 번 만난 게 다인 ‘별거 아닌’ 사이였으나 단번에 서로를 알아봤다. 내 사무실에 들를 때마다 항상 “형 거기 가요”하고, 인천 송림동의 허름한 소머리국밥집을 찾았다. 국밥이 나오면 김치와 밑반찬을 전부 넣고 우걱우걱 입안을 채우던 네가 아직 눈에 선하다.

네가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 췌장암으로 병상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인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이제 내 나이쯤 되니 낯선 것도 아닌데 네 소식에는 그렇게 놀랐다. 겁나서 전화도 하지 못했다.

업무차 지방에 다녀오는 길에 휴대전화에 네 이름 세 글자가 보이는데, 종일 꼬이는 일 때문에 정신없던 와중에 머리가 새하얘지더라. “형, 나 안 보고 싶어?”라고 묻는 담담한 목소리에 “보고 싶지”하고 간신히 답했다.

병상에서 나를 맞이하는 네 잿빛 얼굴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네 딸에게 돈 10만 원 쥐여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얼마 후, 너는 나에게 수술이 잘됐다며, 운이 참 좋았다고 밝은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좋은 사람에겐 운이란 게 따라주긴 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한 달 후 네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괜찮은 사람에게 내 온 마음을 다 주는 버릇이 있다. 사회에서 만난 그 첫 사람이 너였다. 우리는 어려운 시기에 온 마음으로 서로에게 손을 뻗었다. 호준이와 동화는 아직 네가 생전 하던 일을 하고 산다. “신재 보고 싶다” “사람 참 괜찮았지” 우린 이렇게 너를 추억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사진첩에서 네 사진이 사라지고, 연락처가 지워져도 너는 내 인생에서 지워지지 않는 사람이다.

친구 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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