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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41)·한은지(여·35)부부

“알렉스 씨 조직 검사 결과 피부암으로 확인됩니다. 최대한 빨리 수술받아야 하니 준비하세요.”

2012년 10월 의사 선생님의 암 선고를 듣는 순간, 제(은지) 심장은 덜컹했습니다. 영국인 남편도 암 선고만은 바로 이해하더군요. 당시 저희는 갓 결혼한 신혼부부였어요. 저 하나만 보고 영국에서 모든 터전을 버리고 한국으로 온 남편. 이제 행복하게 살 날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알렉스의 피부암 소식을 전해 들은 양가 부모님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아들을 보내놓은 시부모님의 마음고생은 특히나 크셨죠. 피부암 부위는 목 옆. 수술 부위 살점을 움푹 떼어내고 전이가 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계속됐죠. 저는 무너질 수 없었습니다. 타국에서 투병 중인 남편의 유일한 보호자였으니까요.

알렉스는 가족의 병간호를 받으며 빠르게 회복해갔습니다. 남편은 의지가 강한 사람이에요. 퇴원 뒤에는 새살을 돋게 하는 장치를 장착한 채로 대학과 기업에 강의를 나가고 한국생활에 적응하려 애썼죠. 타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알렉스를 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암에 좌절하기보다는 이겨내려 노력하는 이 사람을 보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재작년, 저희 부부는 두 돌 지난 첫째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어린아이를 업고 간 진료실에서 완쾌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둘이 와서 막막한 암 선고를 받았던 시간이 지나고 셋이 함께 기쁜 소식을 듣게 되다니…. 정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저희 두 사람, 두 아이와 함께 미래를 바라보며 살려 합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