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초의 서든데스 룰이 도입됐던 1977년 PGA챔피언십에서 아널드 파머(오른쪽)와 리 트레비노가 동반 라운드를 펼치고 있다.

왓킨스, 연장 3번째홀 파로 우승
선수들 ‘다음날 18홀 연장’ 불만
첫 홀부터 승자승 ‘서든데스’ 나
미리 정한 ‘몇 개 홀 합산’ 승부

197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페블비치골프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PGA챔피언십에서 4라운드까지 공동선두 래니 왓킨스와 진 리틀러가 연장전을 준비했다. 연장 3번 홀에서 리틀러가 5m 파 퍼트를 놓쳤고, 왓킨스는 1.5m 파 퍼트를 집어넣었다. 더 이상의 연장 없이 3번 홀에서 승부가 결정됐다. PGA챔피언십은 다음 날 연장 18홀을 진행하지 않고 이때부터 연장전에서 한 홀마다 승부를 가리는 ‘서든데스 룰’을 적용했다.

US오픈을 제외하고 앞서 마스터스와 디오픈도 플레이오프 방식을 따르기로 합의했다. 다만 홀의 숫자는 메이저대회의 재량에 따르기로 했다. 이는 공동선두로 마친 선수가 많아지자 다음 날 18홀을 모두 도는 1라운드 방식에 선수들이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인세 골프역사칼럼니스트

플레이오프는 2가지로 나뉘었다. 연장 첫 홀부터 승자승 방식의 서든데스, 그리고 주최 측 재량으로 연장전 홀 수를 미리 정해 놓는 ‘어그리게이트 플레이오프’ 방식. PGA투어가 한동안 서든데스를 적극 도입하지 않은 이유는 선수 반발 때문이었다. 우승할 선수가 잘 싸우고도 단 한 번의 샷 때문에 지는 결과가 나오게 되면 불공평하다는 여론을 수렴한 것.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해온 US오픈은 1977년 PGA챔피언십이 도입한 플레이오프 방식을 따르지 않고 전통 방식대로 월요일 18홀 연장전을 고집했다. 그러다가 2018년부터 USGA도 골프계의 의견을 수렴해 플레이오프 방식을 도입하면서 ‘2개 홀 어그리게이트 플레이오프’ 방식을 채택했다. US오픈은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목, 금요일에 1, 2라운드를 3, 4라운드는 토요일 오전과 오후에 치르면서 3일 일정으로 마쳤다. 만일 연장전을 벌일 경우는 일요일에 18홀 라운드로 치르곤 했다.

US오픈이 3, 4라운드를 토요일 오전과 오후에 36홀로 치른 마지막 해는 1964년이었다. 1965년부터 USGA는 마지막 4라운드를 일요일에 치르기로 변경했고 4일간의 4라운드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USGA가 변경한 건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1964년 6월 18일부터 US오픈이 열린 메릴랜드의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에 살인적인 더위가 엄습했다. 토요일 오후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4언더파의 토미 제이콥스와 2언더파의 켄 벤추리가 우승을 다투고 있었다. 경기 중 벤추리가 탈수 증세를 보이자 담당 의사는 열사병 위험이 있으니 경기를 포기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벤추리는 소금, 약, 그리고 물을 마시면서 경기를 계속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벤추리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70타를 쳤고, 4타 앞섰던 제이콥스는 76타를 쳤다. 의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강행했던 벤추리는 생애 첫 번째이자 유일한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USGA는 이후 US오픈이 한여름에 치러지는 것과 선수들의 컨디션을 감안해 토요일 36홀을 강행하지 않고 일요일에 4라운드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이듬해인 1965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US오픈이 시작된 이래 70년 동안 지켜져 오던 전통이 이때부터 4일간의 4라운드로 전환하게 됐다. US오픈은 이후 일요일의 4라운드에서 공동선두가 생기면 월요일에 18홀 연장전을 벌였다. 그러나 US오픈의 월요일 18홀 연장전도 이젠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됐다. US오픈에서 마지막 월요일 18홀 연장전은 남자는 2008년 타이거 우즈와 로코 미디에이트의 경기였고, 여자는 박세리의 맨발의 투혼이 빛났던 1998년이었다.

골프역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