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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

박형준 시인의 시어는 고요하면서도 따뜻한 풍경을 그려낸다. 고향을 떠나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박 시인의 시에서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고,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박 시인의 시가 전통적인 서정성을 현대시로 재해석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박 시인은 최근에 어떤 책을 인상 깊게 읽었을까. 고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난다), 미국의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 신시아 바넷의 ‘비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21세기북스), 스위스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작품집 ‘산책자’(한겨레출판) 등을 꼽았다.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는 우리 자연과 음식, 사람과 시를 사랑했던 고인이 홀로 독일에서 지내며 쓴 139개의 짧은 산문과 9통의 긴 편지로 이뤄진 책이다. 박 시인은 이 책에 관해 “사는 힘도 힘이지만 죽음으로 가는 힘도 힘이라고 말한다”며 “물도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을 이 산문집을 통해 나는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비 : 자연·문화·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는 비의 기원과 문명의 시작, 강우에 얽힌 과학적 사건·사고, 기상학과 일기예보의 역사 등을 담은 책이다. 박 시인은 이 책에 관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자연과의 만남 가운데 최후로 길들지 않은 것이 ‘비’라는 말에 끌려 읽었다”며 “비가 내리면 도시도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비에 관한 자연사와 인간사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산책자’는 발저의 중단편 42편을 모아 엮은 책이다. 박 시인은 이 책에 관해 “한 인간의 불행한 삶이 역설적으로 어떻게 작품에 더할 나위 없는 매혹을 부여하는가를 똑똑히 응시할 수 있게 만드는 초단편 소설책”이라며 “일생을 걷기와 쓰기에 강박적으로 매달린 작가에게서, 그래도 생은 아름답다는 것을 배운다”고 평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