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종로서 당선 대선입지 다져
李는 출마 피했다 대선서 패배

서울 종로는 ‘정치 1번지’로 불린다. 특히 199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정치적 운명을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종로에서 당선돼 입지를 다진 후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우며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하면서 대선주자로 성장, 결국 4년 뒤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이 전 총재는 종로 출마 요구를 뿌리치고 이듬해 서울 송파갑 보선에 출마하면서 결과적으로 ‘경쟁자’의 성장을 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앞서 종로 국회의원 선거가 가장 관심을 받은 건 제15대 총선 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노 전 대통령과 경쟁해 승리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이 전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기 전 서울시장 출마를 이유로 의원직을 사퇴했고, 1998년 7월 열린 보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54.4%의 지지를 얻어 여의도에 재입성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처음 당선됐으나, 이후 총선·지방선거에서 3번 실패하면서 어려운 상황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종로 당선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이회창 전 총재는 1998년 종로를 외면했다. 신상우·이한동·김덕룡 부총재 등이 종로 출마를 권유했으나 이 전 총재는 출마하지 않았다. 만약 낙선할 경우 입을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적 돌파력이나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겼고,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맞붙게 되는 노 전 대통령의 재기를 돕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보선과 총선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선은 본인 지역구 선거에 전력을 기울여도 되지만, 총선은 전체 선거 승리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19대 총선 당시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이 지역구에 발이 묶이면서 수도권 등 경합지 지원을 거의 하지 못했고, ‘낙동강 벨트’ 전략도 사실상 실패했다. 총선 후 당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낙동강을 건너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는 윤보선·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장면 전 총리, 정세균 총리 등 유명 정치인들이 당선됐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