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명 안정적 관리 된다더니
이틀간 확진환자 156명 급증
中당국 “새 진단기 도입 때문”

초기 우한지역 이동 통제 안해
774명 사망 ‘사스’ 재연 우려

중국 보건당국이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에 대해 20일 오전 “예방과 통제가 가능하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방역망이 뚫리면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틀간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156명 급증하면서 중국 당국이 발병 초기부터 환자 수를 축소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2002∼2003년 정보 통제로 초기 대응에 실패해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77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재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중국 당국이 우한을 벗어나는 의심 환자에 대한 초동 방역조치에 실패해 다른 지역으로 전염 확산을 낳았다는 비판도 중국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2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우한 지역에서 첫 집단 폐렴 환자 발병이 확인된 뒤 지난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으로 병명이 확정됐다. 바이러스 원천이나 전파 과정은 현재까지도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40여 명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우한 폐렴 확진 환자는 16일 4명, 17일 17명에서 18일과 19일 각각 59명과 77명이 새로 확인돼 198명으로 급증했다. 20일에는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광둥(廣東)성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의심환자도 중국 전역에서 7명이 확인됐다. 이처럼 환자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중국 당국은 “우한 폐렴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밝혀진 뒤 새 진단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급증한 확진 환자가 기존 환자의 밀접 접촉자 중에서 발병한 것인지, 지난달 12일 이후 잠복해 있다 새로운 진단키트가 도입되면서 갑자기 늘어난 것인지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국이 초기부터 발병 숫자를 줄이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한 중국 당국은 이번 사태 초기 주변국에 발병 상황을 알리고 세계보건기구(WHO)와도 긴밀한 정보 공유에 나서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듯했으나 정작 자국 내 초기 방역조치에는 실패했다. 우한에서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의심 환자들을 방역할 수 있는 조처를 하지 않았다. 17일에야 우한의 열차, 공항, 터미널에 적외선 발열검사기 등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스 사태 때처럼 초동 조치를 제때 못해 전염 확산을 방치한 셈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방역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초기에 의심 환자들이 우한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 게 가장 최우선 조치였다”고 전했다. 정보통제도 여전했다. 중국 당국은 우한 지역을 다녀온 환자를 중심으로 상하이와 선전(深) 등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했다는 홍콩 언론의 보도를 부인했지만 나중에 사실로 밝혀졌다. 이처럼 중국 당국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적지 않은 데다 광둥성 등에서 사람 간 전염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염이 급속 확산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대이동에 따른 방역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30억 명에 달하는 이동 규모로 방역망이 제 기능을 못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