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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사회부 차장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9년 12월 고용동향’(취업자 52만6000명 증가)과 ‘2019년 노사관계 통계’(근로손실일수 40만2000일). 두 발표에는 정부 통계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세 가지 공통점이 담겨 있다. 분장한 얼굴과 분장하지 않은 민얼굴.

첫 번째 공통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에서 자찬한 일자리와 노동 정책 성과를 뒷받침하는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략)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해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다. (중략) 파업에 따른 조업손실일수는 최근 20년 이래 가장 낮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듯 하루 만에 2019년 근로손실일수가 전년 대비 27.2% 감소했으며, 최근 20년간 집계 중 가장 낮은 것이라고 발표했다. 1주일 뒤에는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51만6000명 증가했으며, 6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라고 발표했다.

수치만 보면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이고 싶다. 안타깝게도 각계 반응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분장을 지우면 다른 얼굴이 있는 것 아니냐는 듯. 이 대목에서 두 번째 공통점이 나온다. 둘 다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은 덕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한국노총조차 “유독 50대와 60대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했는데 공공근로 및 취로사업 등 정부 재정투입 효과에 따른 착시 효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40대 취업자 감소가 49개월째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12월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는 47만9000명 증가한 데 반해 40대 취업자는 12만8000명 감소했다. 파업에 따른 조업손실일수는 어떤가. 지난해 노사 분규 건수는 141건으로 2006년(138건) 이래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빈번한 공공 노조의 파업으로 ‘파업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데도 전체 근로손실일수가 많이 감소한 것은 현대자동차 등 민간 부문에서 주요 기업 노조가 파업을 자제한 때문이다. 세계 무역 전쟁의 회오리 속에서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노사가 모두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신 지난해 파업 사태를 빚은 버스·철도·지하철·학교 급식 등 공공 부문이나 정부가 적정 운임을 결정하는 화물 부문 모두 노조 측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채 ‘찻잔 속의 태풍’처럼 일단락됐다. 국민 세금으로 매워 파업 장기화는 피했지만,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사실’과 ‘주장’이 구분되지 않고 호도되는 시대 분위기 탓일까. 세상을 왜곡하지 않고 바라보는 방법을 소개한 신간 ‘팩트풀니스(사실 충실성)’가 최근 화제다. 저자는 “언론만 보고 세계를 이해하려는 것은 발만 보고 사람을 이해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언론이 우선시하는 ‘부정성’과 ‘대비성’이 인간의 ‘부정 본능’과 ‘간극 본능’을 부추긴다는 맥락에서다. 해당 저자가 봤다면 이번 대통령 신년사와 정부 발표에 대해서는 뭐라 할지 궁금하다. 정부 발표는 역으로 전체 모습만 보여주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감추고 있다. 저자가 언급했던, 크고 단순한 것에 끌리는 인간의 ‘크기 본능’과 ‘단일 관점 본능’을 맘껏 활용한 사례라고 하지 않을까. 세 번째 공통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