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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명심보감은 그 첫머리에 공자를 인용해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을 주고, 악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하늘이 재앙을 내린다’고 했다. 마음을 밝게 하고 자신을 잘 돌아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으로, 권력자와 그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깊어지자 법무부가 개혁을 내세워 사람을 바꾸고 조직을 뜯어고치려고 한다. 국가의 기본 틀을 자기들만의 관점에서 바꾸려는 것이 아니어야 하고, 소아(小我)를 대의(大義)로 포장한 것이 아니길 바라는 심정이다. 개혁이란 명분의 인사 조치와 직제개편이 개선일지 개악일지는 역사가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마음으로 또는 행동으로 검찰을 개혁하자는 데 동의한다. 권력과 그 주변에 대해서는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일반인들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검찰권을 행사하던 과거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검찰 권력에 대한 막연한 저항감이나 거부감, 또는 엘리트 의식에 가득 찬 검사들의 고압적 수사를 경험한 데서 비롯되는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직전까지 대통령도 수사하고 기소해서 교도소에 보냈고, 그 주변의 수많은 권력층 인사들에 대해 가차 없이 검찰권을 행사했었다.

전직 대통령의 탄핵으로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검사들은 전직 정권에 대한 수사나 기소가 문제 돼 불이익을 받거나 처벌받는 것을 목격했기에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나오면 있는 그대로 수사하고 기소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그런 검찰의 모습에 환호하고 성원하던 현 집권 세력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살아 있는 권력과 주변에 대한 수사가 가속되자 태도가 돌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권력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들을 바꾸고 직접 수사를 축소하는 직제 변경이 권력층을 향한 칼날을 무디게 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많은 사람이 하고 있다. 그런 정권의 행태는 과거 정권은 ‘악’이지만, 자신들은 ‘선’이라는 피아(彼我) 구분 인식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다. 자신들이 과오나 불법을 저질렀다 할지라도, 이는 과거와 비교하면 경미하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의 결과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임 법무부 장관의 수많은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대수롭지 않은 일을 검찰이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비난해 왔다. 전임 법무장관이 고초를 겪었다거나 수사권을 절제해야 한다는 언급은 그러한 인식이 없다면 드러낼 수 없는 속마음을 담고 있다. 정권 초기 검찰 수사를 받던 군 장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황에서도,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던 대통령의 언급이 기억에 생생하다. 어떤 경우든 먼저 슬픔을 나누고 죽음 앞에서는 자제하는 민족적 기질을 갖고 있는 데도 말이다.

그런데 편향적 언사와 말의 향연에 많은 사람이 환호하고 이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슬프다. 우리는 오천 년 역사를 자부하고 있지만, 지금 이 시점의 대한민국만큼 세계와 경쟁하는 힘 있는 나라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 바탕에는 수많은 영웅과 지도자가 있었고, 이름 없는 민초들의 고생과 희생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국민까지 정치인과 권력자처럼 편을 갈라 다투고 대립하는 행태를 따라 하고 있다. 세계가 요동치고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이 시기에 우리를 이끌어주고 지켜줄 진정한 영웅은 어디에 있는가. 권력자와 정치인들의 소아적 다툼과 분파적 갈등에 파묻히지 않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