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챙겨줬던 ‘쑥개떡 나눔’…情 많으셨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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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금옥(1925∼2012)

어렸을 때 시골의 봄 들판은 푸짐했습니다. 쑥, 냉이, 달래, 고사리….

이 중에서 어머니는 쑥을 좋아하셨습니다. 쑥은 피를 맑게 해주고 섬유질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는 봄날엔 어머니는 쑥을 뜯으셨습니다. 쑥을 뜯어 절반은 말려서 차를 만들고 절반은 쑥개떡과 쑥버무리를 하셨는데 특히 쑥개떡을 맛있게 만드셨습니다.

쑥개떡을 하는 날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찜통의 떡이 익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쑥개떡이 익을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데 냄새만 맡아도 침이 저절로 넘어갈 정도였습니다. 쑥개떡을 하는 날에는 동네 아주머니들도 다 모이셨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하신듯 어머니 주위에 둘러앉아 쑥을 다듬고 밀가루 반죽을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어머니는 콩 한 쪽도 나눠 먹어야 할 만큼 정이 참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집에서 특별한 음식을 하는 날에는 꼭 학교 선생님께 갖다 드리라고 보자기에 정성껏 싸주셨습니다. 어머니의 심부름이라서 학교에 가지고 가긴 했는데 사실은 창피한 생각이 들어 교무실에 살짝 놓고 올 때가 많았습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교무실에 있는 쑥개떡을 보시고 저를 불렀습니다.

“수영아, 이거 어머니께 가져다 드려라. 쑥개떡 잘 먹었다고 꼭 말씀드리고” 하시며 편지를 써 주셨습니다. 도대체 이 편지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까 궁금해 어머니 몰래 그 편지를 살짝 훔쳐봤습니다.

“수영이 어머니께, 어머니 쑥개떡 잘 먹었습니다. 요즘 우리 선생님들이 아침을 안 드시고 오셔서 수업시간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주신 쑥개떡을 먹고 배에서 소리 나는 일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넉넉히 보내주셔서 우리 선생님들이 푸짐하게 잘 먹었답니다. 어머니를 뵙고 직접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서신으로 전함을 너그러이 양해 바랍니다.”

선생님의 편지를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어머니가 주신 음식을 교무실에 전달하면서 창피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당시 그런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이제야 깨닫습니다.

어머니는 나눔을 몸소 가르쳐주신 분이었습니다. 당신은 늘 내가 많이 가지고 있어 나누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당신에게 나눔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일이셨습니다. 어머니가 직접 들에 나가 쑥을 뜯어서 다듬고 찜통에 찐 쑥개떡을 마을 분들에게 나눠 주고, 학교 선생님까지 챙겨 드린다는 게 지금도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올봄에는 저도 쑥을 뜯어 어깨너머로 배운 쑥개떡을 한 번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우리 어머니처럼….

막내딸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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