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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이 일거에 좌천성 지방 발령을 받은 검찰 인사를 두고 “사화(士禍)에 가까운 숙청 인사”라며 강력 반발한 자유한국당이 ‘말 따로, 몸 따로’식 행태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말로는 비판을 쏟아냈지만, 이번 인사의 부당성을 따지고 널리 알려야 할 법조인 출신 인사들은 엉뚱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10일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동선(動線)에서는 이런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오전 11시 30분 심재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의원들은 청와대 앞으로 몰려가 검찰 인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황교안 대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시간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것이다.

황 대표는 전날(9일)에도 강원도당 신년인사회 참석 등 지방 일정을 소화했다. 검찰 고위 간부에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황 대표는 한국당 안에서 최근 검찰 인사의 부당성을 알릴 최적임자로 꼽히는 만큼, 이 같은 일정 수행을 놓고 “정무적 판단이 없다”는 푸념의 소리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들도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검찰 인사의 부당성을 따지겠다며 법사위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검찰 출신인 김도읍·정점식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제원 의원과 함께 이들 3인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면서 단기 사·보임을 한 것이다. 이들 대신 강효상·민경욱·정유섭 의원 등 비법조인 출신이 참석했다.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을 제외한 한국당 소속 법사위원 6명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검찰 인사에 대해 따진 사람은 정점식·정갑윤 의원 두 명뿐이었다.

이런데도 검찰 인사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전날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불참한 한국당의 ‘진정성’을 누가 인정해 줄지 의문이다.

나주예 정치부 기자 ju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