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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정치부 차장

8일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일(4월 15일)이 불과 98일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연이어 인재 영입 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통합추진위원회 구상을 밝히면서 보수 통합 논의도 활발해졌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년 4개월 공백 끝에 정계 복귀를 선언하는가 하면 새로운보수당(5일)과 대안신당(12일)이 잇달아 창당하는 등 총선을 겨냥한 정치권 움직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국회, 새로운 인물을 맞는다는 기대와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20대 국회의 다당체제 실험이 참담한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다당체제 친화적이라 평가받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21대 국회에 더 많은 정당이 난립할 경우 얼마나 더 험한 꼴을 봐야 하나 하는 걱정은 근거 없는 기우가 아닌 것이다.

국민의당의 돌풍으로 시작해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전례 없이 많은 제3지대 정당이 출현한 20대 국회가 ‘최악의 동물국회’로 막을 내리는 것은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진보와 보수 양극단을 넘어선 정치, 타협의 정치와 같은 다당체제의 과실은 아주 특별한 노력 없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20대 국회가 보여준 다당체제의 가장 큰 폐해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의사결정 왜곡이다. 검찰 개혁에 ‘올인’한 여당과 선거제 개편에 ‘올인’한 제3지대 정당들이 결탁하자 한 번도 본 적 없는 황당한 국회 운영이 이어졌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제1야당이 배제된 채로 ‘게임의 룰’인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다. 정부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 심사는 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가 아닌 ‘4 + 1 협의체’라는 법적 근거도 없는 협의체에서 이뤄졌다. 두 사안 모두 최대 수혜는 제3지대 정당에 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꼬리가 과잉대표된 것으로, 제1야당인 한국당뿐 아니라 집권당인 민주당도 꼬리에 휘둘린 셈이다.

21대 국회에서 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길바닥에 내팽개쳐진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정치 복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내교섭단체와 상임위 등 국회 운영의 근간이 되는 기구의 권위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 교섭단체 간 합의,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회의를 열고 안건을 처리하는 꼼수를 막을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적어도 상임위나 특위가 아닌, 법적 근거도 없는 임의 협의체가 예산안과 법안을 주무르는 일은 막아야 한다. 껍데기만 남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 이 제도는 안건 심사 기한을 정해 여야의 타협을 압박한다는 본래 취지에서 이미 한참 벗어났다. 타협을 위한 노력은 없이 서로 시간만 때우다 결국 극한 충돌로 마무리되는 경로로 전락했다.

20대 국회에서 제3지대 정당은 3∼4개 수준이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21대 국회에서는 그 수가 몇이 될지, 이들의 의석비율이 얼마나 늘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다. 종교 색채를 띤 정당이나 극단적 성향의 군소 정당이 원내에 둥지를 틀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선 체제에 돌입한 각 정당이 승리를 위한 전략 뿐 아니라 동물국회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