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全조합원 ‘창당 여부’ 설문조사

‘민주노총당’창당 현실화되면
연동형 비례제 의석 얻을수도
조직·자금·투쟁력 모두 갖춰
노동정책 등에 결정적 영향력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세를 불리며 23년 만에 제1노총으로 등극한 민주노총이 현 정부와 여당, 진보정당과의 관계, 정치 교육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본격적인 정치사업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노총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내년 4·15 총선을 계기로 ‘민주노총당’ 창당 의지를 조합원들에게 물어 조직력과 투쟁력, 자금력을 갖춘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데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이달부터 내년 2월 7일까지 전 조합원 96만8000여 명(2018년 말 기준)을 대상으로 ‘2020년 민주노총 정치사업 수립을 위한 조합원 설문조사’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조사 내용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생각’을 비롯해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은 어떤 관계여야 하는지’를 묻는 항목도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답변 중 하나로 ‘빠른 시일 내에 민주노총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민주노총당’ 언급은 민주노총의 정당화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선거법 개정에 따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민주노총이 민주노총당을 창당하면 의석 확보가 손쉽게 가능해진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에서 정치교육이나 정치 실천 행사를 하면 참여하겠는지’라는 문항도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에 관한 질문은 없다.

설문조사는 14개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문재인 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문항이 포함돼 있다. 응답자는 ① 촛불로 탄생한 정권이니 지켜줘야 한다 ② 적폐청산, 사회개혁, 민생경제 되는 게 없으니 지지를 철회한다 ③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게 비판해야 한다 ④ 잘 모르겠다 등 네 가지 답변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 ① 번의 경우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 출범기반이라는 인식이 반영돼 있고, ② 번은 적폐청산과 사회변혁을 촉구하고 있으며 ③ 번은 정부를 붕괴시킬 수도 있는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노총은 산하단체에 보낸 설문에서 “조합원들의 정당에 대한 인식 태도, 총선 시기 선거투쟁 방침 마련 등을 위해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매년 정치사업 방향을 수립·추진하고 있고, 선거 때마다 조합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선거법 개정과 맞물려 적극적인 정치사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한국노총도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31일까지 설문조사를 하는데 민주노총과 방향성은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설문조사 제목이 ‘향후 노동운동이 좀 더 집중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가’로 △여성, 청년,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 보호 및 조직화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확대 및 개선 활동 등이 답변 항목이다.

김수현·정선형 기자 sal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