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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삼(1929∼2019)

어머니~. 부르기만 하여도 가슴이 저려 오는, 세상의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길이 없는 우리 어머니.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이제 다시는 그 얼굴을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고 손을 잡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큰 슬픔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영리하고 솜씨 좋고 따뜻한 사랑이 넘치던 내 어머니.

부모님께는 효성스러운 딸, 며느리였고, 할아버지가 생사를 헤매실 때 어머님이 수혈하여 가까스로 큰 위기를 면하고 당신께서는 그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기도 하셨다지요. 아버지에게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현명한 아내였으며 자식, 손주, 형제, 자매, 조카들에게는 마음을 다하여 끝없는 사랑을 베풀던 분이셨습니다. 또 매년 추수가 끝나면 가난한 이웃들까지도 챙기셨지요.

당신이 듬뿍 주신 사랑으로 우리는 세상 어디에서도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한 사람으로 설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지극한 자식 사랑을 “웬수 같은 부모 맘”이라고 스스로 표현하셨지요. 아마도 “이 죽일 놈의 사랑”쯤의 표현이라는 것을 자식을 낳아 키워가며 조금씩 배워갑니다. 당신 품을 떠나 생활하다 지쳐 돌아오면 아까워 아까워하며 애달픈 마음으로 감싸주시던 어머니, 못난 저 막내딸이 어릴 적에 심한 열병을 앓아 어쩌면 눈이 보이지 않게 될지도, 말을 못하게 될지도 모를 상태가 되자 불안으로 온몸을 떠시던 걸 생생히 기억합니다.

‘5·18 광주’ 시절에는 큰아들, 작은아들, 막내딸, 생때같은 자식 셋을 온갖 소문이 들끓던 사지에 둔 채 연락 두절이 계속되자 식음을 전폐하고 논과 밭을 헤매며 일만 하시다가 몸이 상하고 마음의 병도 더 깊어지고 말았었지요. 두고두고 죄송하고 아플 따름입니다…. 우리는 그저 모두 불효자일 뿐입니다. 어머니의 사랑과 흔적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고향 집 장독대, 대추나무, 오가던 들길 산길, 논밭 두렁 이랑마다 그리고 우리 가슴 갈피갈피 긴 기억 속에서 어머니는 영원히 살아계실 것입니다.

아픈 몸으로 언제나 가족과 자식 사랑이 먼저이시던 그렇게 평생을 사신 어머니를 이제는 우리가 보내 드리려고 합니다. 부디 아픔도, 걱정도 없는 그곳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쉬시기 바랍니다. 10년을 떨어져 지내신 아버지가, 그리고 먼저 가신 이모님들과 외삼촌이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반갑게 얼싸안고 이곳에서 미처 못다 한 사랑과 기쁨을 나누며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어머니가 그토록 사랑하고 아끼시는 우리 자손들은 자신의 인생에 뜨겁게 최선을 다하신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하며 당신을 본받아 열심히 살겠습니다. 이제 울지 않고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단단히 마음을 추스르겠습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쓴 저의 졸시 ‘가족사진’을 영전에 올립니다.

온갖 꽃 시새우는 강둑에 뿌리내려／장단 맞춰 별꽃 피워 금빛 융단 펼쳐내고／보란 듯 자식 키워낸 흑백의 당신 모습.

홑겹의 삭정되어 잠 못 이룬 몇몇 해／꿈꾸듯 가고 싶다던 생전의 소원 이뤄／꽃송이 뚝- 떨어지듯 길 떠난 내 어머니.

회한의 마음 모은 영정 앞의 오열들／떠나는 발걸음 그마저 무겁겠다.／꽃상여, 그 품에 안겨 찍은 마지막 가족사진.

안녕히 가십시오.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보고 싶은 내 어머니.

막내딸 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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