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중반 선수들이 팀 주축
AL 동부서 3년 연속 4위 그쳐
팀 리빌딩의 선봉장 중책 맡겨

류현진(32)이 토론토 블루제이스 리빌딩의 중심에 섰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간)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929억 원)에 입단하기로 합의했다. 옵션 없이 연봉 전액을 보장받는 계약이며, 일부 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77년 창단한 토론토는 류현진에게 구단 역사상 투수 최고 연봉을 안겼다. 계약 규모로만 보면 토론토 구단 역대 3위에 해당한다. 토론토 구단 역사상 최대 FA 계약을 한 선수는 외야수 베론 웰스(7년 1억2600만 달러)다. 2위는 포수 러셀 마틴(5년 8200만 달러)이다. 역대 3위 류현진은 투수 최대 규모의 FA 계약을 따냈다.

FA 시장에서 큰돈을 투자하지 않은 스몰마켓 구단으로 분류되는 토론토가 류현진에게 거액을 베팅한 이유는 향후 2∼3년 내 대권 도전을 위해서다.

토론토는 최근 3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에 그치는 등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전도유망한 야수 유망주 자원이 풍부한 구단이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들의 2세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외야수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아들인 3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0)는 올해 123경기에서 타율 0.272, 15홈런, 69타점, 52득점으로 잠재력을 뽐냈고, 빅리그 통산 3060안타를 기록한 크렉 비지오의 아들인 2루수 캐번 비지오(24)는 100경기에서 타율 0.234, 16홈런, 48타점, 66득점을 올렸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14시즌을 뛰며 274홈런, 1141타점을 남긴 단테 비셰트의 아들인 유격수 보 비셰트(21)는 올해 46경기에서 타율 0.311, 11홈런, 21타점, 32득점을 남겼다. 이밖에 쿠바 출신인 외야수 루데스 구리엘(26)도 빅리그 2년 차 시즌이던 올해 20홈런 고지를 정복하는 등 주력 타자들이 모두 20대 초중반으로 구성됐다.

토론토는 이들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최대 약점인 선발진을 보강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월드시리즈 대권 도전도 가능하다는 계산에서 류현진에게 거액을 안겼다.

류현진은 실력 면에서 나무랄 데 없다. 류현진은 올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류현진은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토론토는 1992년과 1993년 월드시리즈 2연패에 성공한 이후 26년 동안 우승과는 연이 없었다. 류현진의 토론토행을 가장 먼저 알린 메이저리그네트워크의 존 헤이먼 기자는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토론토가 류현진과의 계약으로 절실했던 선발 문제를 해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리빌딩 과정에서 첫발을 잘 디딘 토론토는 2∼3년 뒤를 바라보고 있다. 류현진과 계약 기간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면서 “2020시즌 후 FA시장에서 또 선수를 영입하는 등 4년 안에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