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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연일 여야 간에 거친 설전과 몸싸움이 한창이다. 제1야당 대표는 10일 가까이 단식으로 맞서기까지 했다. 선거법 개정안이 위헌(違憲)이라는 반론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어느 항목이 위헌인지 시원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더 답답하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현재 국회의원의 정원은 300명이다. 지역구 투표로 253명을 뽑고, 비례대표 투표로 47명을 선출한다. 매우 간단해서 국민의 전략 투표가 가능하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다. 다만, 비례대표 의석수가 다소 적은 것은 문제다.

그 반면, 선거법 개정안은 비례성 강화와 사표 방지를 이유로 비례대표 득표율보다 많은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한 정당은 비례대표 할당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하고, 비례대표 득표율보다 적은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한 정당들만 비례대표 할당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즉, 비례대표에서의 득표 비율을 지역구에서의 당선자 수와 연동시키는 것이다. ‘연동형’이라는 왠지 선진적인 느낌의 용어를 포장지로 사용하면 생업에 바쁜 국민이 듣기엔 그럴 듯할 것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가짜 뉴스이고 위헌적인 개악이다.

우선, 선거법 개정안은 국민주권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민은 국가의 주인이다. 주인이면 자신들의 대리인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선출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 선거법 개정안은 ‘교차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할당제’로 시작해서 이제는 ‘석패율제’ ‘2중등록제’를 가지고 서로 삿대질을 하고 싸우는 중인데, 용어 자체가 생소하다. 전문가들도 이 선거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니 선거 결과 시뮬레이션을 위한 한국형 슈퍼 인공지능(AI)이라도 개발해야 할 것 같다.

둘째, 헌법상 직접선거 원칙에 반한다. 지역구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 결과를 연동(계)시키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도 이미 “지역구 투표를 정당 지지 투표와 연계시켜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언어의 유희와 잘못된 선전에 빠지지 않으려면, 앞으로는 선거법 개정안을 합헌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할 게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위헌적인 ‘교차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해야 한다.

셋째, 평등선거 원칙에도 위배된다. 개정안대로라면 지역구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제1당과 제2당에 투표한 비례대표 투표는 모두 사표가 된다. 심지어는 80% 정도의 사표 발생이 불가피하다. 대량 사표가 발생하면 투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심각하게 해치게 된다.

선거제도는 간단하고 국민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투표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자신이 투표할 후보자 개인과 정당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개표 결과도 국민의 선택과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법 개정안은 너무 복잡해서 합의 결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력화한다.

게다가 양당제 아래서 거대 정당들이 비례대표 할당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 군소 정당들도 비례대표 할당의 기회가 온다고 하니 1인 1정당 창당도 가능하다. 내년 초까지 비례 정당을 만들면 되니까 100개 정당 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투표 용지가 후보 1명당 1㎝라면 내년 4·15 총선용은 1m나 될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동원될 꼼수들로 선거법이 만들어지면 전 세계 강의실에서 두고두고 비웃음거리로 인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