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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1949∼2018)

“너무나 허망하게 가신 나의 형! 그립습니다.” 형과 마지막 포옹을 한 게 어제 같은데 벌써 1년이 흘렀습니다. 그때 형은 조금만 쉬다가 돌아오겠다는 듯이 미소 띤 얼굴로 얘기하는 듯 했는데…. 형! 남들은 영원히 떠나는 사람의 슬픔은 잠시라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형의 모든 것들은 제 가슴에, 아니 우리 가족 모두의 가슴에 점점 더 크게 다가오고 있어 매일같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아마도 그것은 형의 사랑과, 가족을, 남들을 자신보다 더 귀하고 소중하게 여긴, 평소 형이 행한 덕망 때문입니다. “밥 먹었니? 춥지 않니? 더워서 어떡하니? 미세먼지 많으니 꼭 마스크 써라.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도로 가에 있는 아주 작은 가게에서 일하는 제가 걱정스러워 전화도 자주 하고 가게에 찾아오기도 했죠. 가족모임이 있을 때면 저와 가족들이 장소를 못 찾을까 싶어 그 추운 겨울날, 그 더운 여름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밖에까지 나와선 저와 가족들을 찾아 주위를 헤매던 형! 그렇게 걱정스러우면 10년, 아니 20년은 더 살아서 저를 걱정해 줘야지 왜 저와 가족들을 놔두고 머나먼 하늘로 갔단 말입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도 형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나이였지만 차비를 아껴 모아 두었던 돈을 베개 아래 노잣돈으로 두고 학교에 갔었고, 어머니가 아팠을 때는 바쁜 교편생활 중임에도 매일같이 그 먼 병원을 드나들며 혼신의 힘을 다해 보살펴 드렸죠. 군대 제대하는 날에는 큰누나 별세 소식을 뒤늦게 듣고는 봉천동 작은방에서 영정사진을 가슴에 품고 펑펑 소리 내서 울었었죠!

하루는 2000만 원짜리 당첨 즉석복권을 들고 제 가게에 와서는 자신은 돈이 필요 없다면서 제 손에 꼭 쥐여 주고는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죠. 한번은 학교로 와 달라고 해 갔더니 제 딸아이 등록금에 보태 쓰라면서 하얀 돈 봉투도 주셨죠. 명문대에 처음 들어간 조카 딸은 우리 집안에 아주 큰 영광이라면서…. 형! 난 아직도 그 봉투를 잘 보관하고 있답니다.

형이 머물고 있는 그곳은 오색찬란한 꽃이 피어 있고 여러 종류의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있겠죠? 또 해맑은 천사들이 시중을 들며 수정같이 맑은 물로 목욕을 하고 있겠죠? 분명히 형은 천국에 가셨을 테니까요. 형의 육신은 금가루로 장식된 작고 예쁜 유골함에 담겨 형의 방에서 형수님과 가족들이 잘 모시고 있어요. 집과 하늘을 마음대로 오가며 출퇴근을 하고 있으니 그보다 행복한 게 또 어디 있겠습니까? 지극정성한 형수님의 사랑을 받으며 영원히 살아갈 테니 정말 형은 저승에서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요?

형! 나하고의 관계를 형은 잘 알고 있죠? 누구보다 친했던 우리 사이인데 꿈속에서라도 자주 찾아와 저를 즐겁게 해주기를 이 동생은 소원합니다. 오늘은 형이 제 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죠. 차린 건 없지만, 생전에 좋아하던 것 맛있게 많이 드시고 만약에 체하셨다면 또다시 제게 오세요. 요즘 잘 나가는 소화제도 준비해 놨습니다. 형! 그립습니다! 보고 싶고 또 그리워 눈물이 납니다. 오늘 밤, 아니 제가 죽는 날까지 매일 매일 꿈속에서라도 만나야 합니다! 너무나 그리운 나의 형, 안녕!

동생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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