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일주일… 정부 정면돌파

오래 일해야 現수준 연금 받는
단일 국가연금체제 계획 발표
평균 퇴직연령 62세 → 64세
1975년이후 출생자부터 대상
‘당근책’기대 못미쳐 혼란계속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가 노조의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에 몇 가지 양보안을 제시하면서도 큰 틀에서는 변함없이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마크롱 정부의 ‘당근책’이 총파업과 장외집회를 주도하는 노조의 요구엔 크게 못 미쳐 일주일째 이어지는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1일 현재의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포인트제 기반의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개편하는 기존 계획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국민 담화에 나선 필리프 총리는 “보편적 연금체제를 구축할 때가 왔다”면서 “새 체제가 공정하다고 믿기에 나는 이 개혁을 완수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반대 여론을 고려해 몇 가지 양보책을 제시하며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새 퇴직연금의 수급 체제는 1975년 이후 출생자들이 은퇴 연령에 도달하는 2037년부터 적용되며, 1975년 이전 출생자들에게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풀타임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산정과 기여금 등에 관계없이 최소 1000유로(약 132만 원)의 연금을 수령하도록 할 방침이다. 퇴직 전 연 소득 12만 유로(1억6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겐 ‘연대부과금’이라는 명목으로 연금기여금을 더 내도록 할 예정이다. 군인·소방관·경찰·교도관 등 특수 공무원들이 조기 은퇴하더라도 일반 퇴직자와 비슷한 수준의 연금을 받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이 같은 양보안에도 불구하고 ‘더 오랜 기간 일해야 현재와 같은 수준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개편의 기본 틀은 그대로 뒀다. 마크롱 정부는 새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향후 5년 내로 프랑스의 평균 퇴직 연령이 현재 62세에서 64세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필리프 총리는 “연금을 보장하고, 세금을 늘리지 않으면서 높아지는 기대수명에 부응하려면 유일한 해법은 좀더 오래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다른 유럽과 세계의 다른 국가들도 모두 그렇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단일연금 체제로의 개편과 퇴직연령 연장에 강하게 반대해왔기에 파업 열기를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5일 제1차 연금개편 저지 총파업 결의대회와 함께 시작된 노동자들의 파업은 이날로 일주일을 맞았다. 현재 전체 열차 노선의 80%가량이 취소됐다. 파리는 버스·지하철·트램 등의 운행을 담당하는 대중교통공사(RATP)의 파업으로 대중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노동계의 반발 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파업을 주도하는 노동총동맹(CGT)의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LCI 방송에 출연해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라면서 “모든 사람이 더 오래 일하라는 건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온건성향으로 분류되는 프랑스 제1 노동단체 민주노동총연맹(CFDT)의 로랑 베르제 위원장도 BFM 방송 인터뷰에서 “한계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CFDT는 정부의 연금개편안을 놓고 총파업과 장외집회 등 향후 투쟁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