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도 열지 않고 신중 모드
북측과 물밑 접촉 시도할 듯

미·북이 연말 협상시한을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가 ‘6·12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의 ‘화염과 분노’ 상황으로 회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북한의 ‘남한 패싱’으로 마땅한 중재 카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를 계기로 북측과 물밑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단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전날 북한 국방과학원이 “서해위성발사장(동창리 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밝힌 데 대해 9일 오전까지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서해발사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관련된 곳으로, 북한이 지난해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폐기를 약속한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북한의 ICBM 개발 재개 움직임을 중대한 상황으로 간주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NSC를 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신형 방사포 및 서해 해안포 발사 등에 대해서도 아직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대미 압박을 끌어올리는 차원이지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동창리 발사장에서 시험 내용·목적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과잉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 재개라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으면 지난해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의 한반도 긴장 국면이 재연될 수 있다고 판단, 대북 물밑접촉 등 다각적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등 정보라인을 가동하거나, 전격적인 대북 특사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4월 설치 이후 1년 8개월째 울리지 않은 남북 정상 핫라인을 가동할 수도 있지만, 북한이 금강산시설 남측 시설 철거 등 오히려 남측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