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스페인 카탈루냐의 중심도시 바르셀로나의 반스페인 집회에서 한 시위대가 카탈루냐기 ‘에스텔라다’를 흔들며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앨버타 의회 앞에서 주민들이 지난 10월 19일 ‘웩시트 운동’을 벌이는 모습, 파푸아뉴기니의 부건빌 주민들이 11월 23일 ‘독립국’ 주민투표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 중국 북서쪽 신장위구르자치구 주민들이 지난 10월 분리독립운동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로이터 AFP EPA 연합뉴스

■ 세계 곳곳 다시 불붙은 ‘분리운동’

스페인·캐나다·영국·파푸아뉴기니 등 20곳 육박…
중국은 신장위구르·티베트 이어 홍콩까지 확산

- 스페인 카탈루냐
주민 稅부담 자치주 중 최고
“마드리드가 우리를 강탈한다”

- 캐나다 앨버타
최대 산유지 유가폭락에 불황
자원수입 독점 경기부활 희망

- 파푸아뉴기니 부건빌
금·구리 등 약10억t 보유 추정
중앙정부에만 이익 돌아가 불만

스페인, 캐나다, 영국, 파푸아뉴기니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최근 분리독립 움직임이 다시 불붙었다. 20곳에 육박한다. 중국의 경우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자치구에 이어 홍콩까지 거세지는 반중(反中) 정서에 힘입어 독립을 외치는 목소리가 나왔다. ‘새로운 국가’ 건설은 대개 오랜 세월 다른 지역과 민족 구성이나 언어·문화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본질적이고 결정적 계기는 결국 경제 문제다. 특히 비교적 부유해 세 부담이 크거나 풍부한 자원이 발견돼 자원을 통해 수혜를 누리려는 지역에서 독립 주장이 왕성하다. “제발 우리를 내버려두면 더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를 느껴 스스로를 ‘2등 시민’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분리독립에 나서는 이유가 된다.

◇세금 부담으로 인한 불만 확대 = 유럽 대륙의 분리독립 열망은 주로 부유한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가 대표적 사례다. 카탈루냐 집회가 일어날 때 주민들은 ‘마드리드가 우리를 강탈한다’는 구호를 외친다. 카탈루냐 인구는 스페인의 16%를 차지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은 약 1조1000억 유로로 스페인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전체 자치주 중 카탈루냐 주민들의 개인별 세 부담은 가장 높다. 수도 마드리드보다 연간 세금을 120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 더 낸다. 중앙정부 세금의 약 19%를 감당하는 반면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은 10% 미만이다. 카탈루냐에서는 이전부터 세금을 다른 지역에 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분리독립을 원했으나 스페인 정부는 경제적 타격을 우려해 반대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2017년 10월 주민투표를 강행해 ‘카탈루냐 공화국 수립’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유혈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카탈루냐 독립은 스페인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독립 추진에 반대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해산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복스’ 정당이 약진했다.

유럽의 부유한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생산력이 떨어지는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정책에 불만을 나타내왔다. 벨기에의 플랑드르 지역이 남부의 왈로니아 지방과의 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플랑드르 지방은 1100만 벨기에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데다 평균 1인당 GDP가 유럽연합(EU)의 평균보다 120% 높다. 압도적인 경제력을 토대로 부유한 플랑드르 지역 사람들은 자신이 번 돈이 왈로니아에 가는 사실을 마뜩잖아한다. EU 회원국 중 지역 경제 규모가 상위 10위권에 드는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주, 베네치아와 베로나 등이 포함된 베네토주는 분리독립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중앙정부에 내는 세금만큼 혜택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치권 확대를 주장해왔다.

◇풍부한 천연자원 수혜기대에 독립추진 = 유전이나 광산 등이 위치한 지역에서도 분리독립을 주장한다. 자원으로 얻는 수입을 중앙정부와 나누지 않고 지역이 독차지해 경기 호황을 꾀하려는 희망에서다. 캐나다 서부 앨버타 주민들은 최근 연방을 떠나야 한다는 ‘웩시트(Wexit·Western Exit) 운동’을 벌이고 있다. 캐나다의 텍사스로 불리는 앨버타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유지 중 한 곳이지만 석유 가격 폭락으로 수년 동안 불황을 겪고 있다. 앨버타에서 13만 개 이상의 에너지 산업 일자리가 감소했고 이는 전면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온실가스 배출규제와 탄소세 도입 등 강경한 정책을 견지한 점도 서부 주민들의 불만에 불을 붙였다. 결국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은 지난 ‘10·21 총선’에서 앨버타 의석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 앨버타 주민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패러디해 ‘앨버타를 다시 위대하게(Make Albert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부건빌에서는 7일까지 자치정부로 남을지 독립할지를 묻는 국민투표가 진행됐다. 부건빌에는 금, 구리 등 광물자원이 약 10억t 묻혀 있다고 추정되는 팡구나 광산이 있다. 팡구나 광산은 한때 파푸아뉴기니 수출 이익의 45%를 차지하기도 했다. 광산에서 나오는 이익이 중앙정부와 외국계 구리 채굴 회사에만 돌아간다는 불만이 쏟아지면서 부건빌에서는 1988년부터 10년 동안 유혈 분쟁이 지속됐다.

◇경제 때문에 오히려 분리 주춤한 곳도 = 경제적인 이유로 분리독립이 거론됐지만 역설적으로 경제 때문에 독립을 이루지 못하는 지역도 있다. 중앙정부에 세금을 많이 내 상대적으로 지역이 경제적 손해를 입는 정도가 실제로 독립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적을 경우다. 이런 이유로 지역의 자치권 확대에 만족하고 분리독립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경우도 많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구리, 철, 아연, 백금 등 각종 광물 자원과 유전지대, 천연가스층도 발견되기 시작한 뒤 주민들의 분리독립 요구가 시작됐다. 다만, 광활한 영토의 대부분이 동토인 데다 국가경영의 부담을 느낀 그린란드는 2008년 자치권 확대를 위한 주민투표(75.5% 찬성)로 압박했고, 덴마크는 외교와 국방·통화권을 제외한 치안과 사법권, 해안 경비 수준의 제한적 지역방위권 등 지역 자치를 대폭 보장하는 선에서 절충을 이뤘다. 2017년 주민투표 결과 삶의 질 저하를 동반한 독립에는 78%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도 분리독립 목소리를 주춤하게 하는 요인이다. 스코틀랜드도 번번이 주민투표에서 독립이 부결됐다. 잉글랜드와 본래 민족도, 종교도, 문화도 다른 스코틀랜드에서 1970년대에 북해유전이 발견되면서 독립에 대한 열망이 커졌지만 통계상으로는 잉글랜드보다 경제력이 떨어진다. 2014년 주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분리 이후에 영국 국민건강보험(NHS) 문제와 통화 화폐에 가장 큰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들어 영국의 EU 탈퇴가 단행될 경우 독립을 통해 EU에 잔류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분리독립의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