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통계청의 ‘2019년 사회조사’ 결과, 자녀 세대에 계층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8.9%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 48.3%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으로, 계층 간 이동이 적어지고 있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여준다. 다가오는 급격한 고령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제조업의 자동화 등은 모두 소득 양극화의 요인이며 사회 계층 간 이동을 어렵게 한다. 정부는 소득 격차 확대에 따라 기본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저소득층의 삶을 살피고, 나아가 사회의 역동성과 활력을 높이기 위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저소득층,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각종 통계에서 정부의 사회 투자와 정책적 노력의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소득이 하위 20% 이하인 1분위 계층의 소득이 4.3% 오르고, 소득 분배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고용동향’에서는 취업자가 약 42만 명 늘었으며, 실업률은 떨어졌다. 소득·분배·일자리 3대 지표가 모두 개선된 것이다. ‘2019년 사회조사’에서도 60.8%의 국민이 사회보장 제도가 좋아졌다고 응답해 2년 전 45.9%에 비해 크게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1분위 저소득층의 줄어든 근로소득을 기초생활보장 제도, 기초연금 등과 같은 공적 이전소득으로 보전해 이들의 소득을 늘렸다고 지적한다. 물론 일할 능력이 있는 경우, 일자리에서 밀려나거나 근로소득이 줄어들지 않도록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그러나 소득 1분위 계층은 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구처럼 사실상 일을 통해 소득을 얻기 어려운 이들이 80% 이상이며, 고령화로 1분위 내에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에게 사회 안전망을 든든히 하는 것 또한 간과해선 안 되는 정부의 존재 이유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한,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공공사회지출의 규모는 2015년 기준 GDP의 1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19.0%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지출 규모가 작은 나라는 멕시코뿐이다. 또한, 공공사회지출 중 현금급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42.4%로 OECD 평균인 60.0%에 비해 상당히 작다. 우리의 경제 수준과 비교할 때 사회 부문에 대해서는 과소 투자하는 것이다. OECD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93만 명에 이르는 기초생활보장 제도 사각지대와 같은 우리의 부끄러운 지표들은 상당 부분 이 과소한 사회 투자에 원인이 있다. 사회 투자의 강화는 복지 확대에 대한 선택의 문제를 넘어 선진국으로서의 국격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세계 159개국을 분석한 결과, 1분위 저소득층의 소득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포인트가 늘면 5년 뒤 GDP가 0.38%포인트 성장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가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고, 인적 자원의 잠재력을 높여 생산성도 제고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 안전망에 대한 투자 확대가 소외된 우리 이웃에 대한 포용임과 동시에,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성장 전략임을 보여준다. 정부는 내년에도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강화하고, 국민취업 제도를 신설하는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사회 투자가 사회의 계층 간 이동성과 역동성을 높여,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