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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바른사회 공동대표

지난달 29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2.3%로 내놨다. 정부와 사전 교감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 운영의 ‘기본 틀’을 바꾸지 않는 한 성장률 전망치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의 정책 인식은 지금도 안이하다. 정부는 저성장의 이유를 해외 요인에서 찾으려 한다. ‘미·중 무역갈등,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의 경착륙’ 등이다. 여기서 ‘전(全)세계 수출 상위 7개국’의 수출 증감률을 보자. 글로벌 무역환경 악화로 7개국 모두 올해 1∼8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줄었지만, 그중 한국의 수출 감소율이 ‘마이너스 13.9%’로 가장 크다. 미국·중국은 각각 마이너스 1%, 프랑스·일본·독일은 마이너스 2.9%, 4%, 7.5%이다. 한국의 수출감소율이 유난히 높은 것은 수출 급감을 대외 환경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음을 시사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내총생산(GDP)갭’이 커졌다. 이는 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쳤음을 뜻하는 것으로, ‘각종 제도적 요인’으로 우리 경제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성장률이 낮아지면 잠재성장률을 낮춘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문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0.4%포인트나 떨어졌다. 문 정부의 패착은 경기 순환 사이클상 ‘하강 국면에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것이다. 최저임금이 올라갈 때, 현재 고용 중인 근로자를 그대로 승계해 인상된 최저임금을 주는 고용주는 없다. 근로자로서도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그만큼 내 직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각오해야 하지만, 정부는 “모든 것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임금만 올라갈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줬다.

또, 문 정부는 “최저임금은 올리고 일자리는 늘리고 비정규직은 줄일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었고, 그래서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를 늘려 비정규직이 증가하면서 고용의 질이 나빠진 3대 오류가 되고 말았다. 일자리 정책의 ‘트라일레마’(삼각 딜레마) 우(愚)를 범했다. 문 정부는 재정 확대를 통해 난제 돌파가 가능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 강한 나라로 가는 발판’이라고 자평했다. 미증유의 적자 국채 60조 원을 발행해 513조 원의 초팽창 예산안을 편성한 것이 ‘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나라로 가는 발판인지’ 설명은 없었다. ‘정신승리법’에 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 정부가 견지하는 ‘국가개입주의’는 ‘국가는 선하고 전지(全知)하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를 자애롭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는 것만큼 위험한 행동도 없다. 국가로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추가하지 않고 그런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 한 손으로 무엇인가를 누군가에게서 빼앗아 다른 손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어줘야 한다. 문 정부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국민을 ‘국가에 의존하는 사회적 약자’로 만들었다. 약자로 구성된 사회가 역동적일 수 없음은 물론이다.

문 정권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의 정책 세계에 ‘시장과 자유 그리고 개인’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정부의 설계와 규제, 이익집단’이 채웠다.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민간의 활력’을 북돋우는 것이다. 초팽창 예산을 짜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현재를 위해 미래세대를 부당하게 착취하는 부정의(不正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