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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1948∼2002)

며칠 전 밤마다 기침하는 아들을 데리고 동네 소아과에 다녀왔습니다. 지금이야 동네마다 병원이 많이 있지만 제가 어렸던 1970∼1980년대에는 그렇지 못했지요. 시골 초가집에서 태어난 제가 감기에 걸려서 어머니 손을 잡고 큰 저수지 옆길을 한참이나 걸어가야 했던 병원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병원이 아닌 면 단위에나 하나씩 있었던 보건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곱 살쯤 됐을 저를 데리고 걸어가시다가 안 되겠는지 저를 업으셨죠. 그때의 포근했던 어머니 냄새는 어른이 돼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의 저에겐 잊히지 않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삼 형제를 키우기 위해 어머니는 시골 생활을 접고 외가와 가까운 도시로 오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로선 막상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아버지가 계셨지만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셨기에 어머니는 오직 자식들만을 생각하면서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뭐든 다 하셨죠. 그러다 보니 건강도 안 좋아지셔서 신경성 약을 자주 드셨습니다. 초등학교 5∼6학년 때쯤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어린 마음에 어머니가 어떻게 되실까 걱정이 컸는지 아무도 없는 교회에 들어가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하고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교에 다닐 땐 포장마차를 잠깐 하셨는데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도와드리겠다고 가서 심부름하다가 잘못해서 혼났던 기억도 있고요.

사실 유년 시절을 떠올리면 그리 밝게 다가오진 않습니다. 때론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지난날 저희 삼 형제를 키우신 어머니를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찡해 올 때가 많습니다. 자식들을 다 키우시고 이제 즐거움을 누리셔야 할 때쯤 사고로 돌아가셔서 주변에서 더더욱 안타까워했죠.

올해 추석 명절 땐 처음으로 아이와 함께 어머니 산소에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저의 결혼식도 못 보고 일찍 가신 어머니께서 손주가 왔다며 기뻐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도 즐거워해서 멀지만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내가 딸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자주 푸념하시던 어머니, 내가 살아온 걸 책으로 쓰면 몇 권은 썼을 거라며 너희들은 나 고생한 거 알아야 한다고 늘 말씀하시던 어머니, 내가 조금만 더 배웠어도 이렇게 안 살 거다 하시던 어머니, 너희들 때문에 이렇게 산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니,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둘째 아들 이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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