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정권 앞에 절절 매는 문재인 정부의 행태가 친북(親北)을 넘어 숭북(崇北) 수준으로 악화했는데, 이젠 포격 도발에 대해서까지 그렇게 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북한은 지난 23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한 창린도에서 남쪽으로 해안포를 쐈는데, 국방부는 국민에게 즉각 알리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 등이 25일 오전에 보도한 이후 언론 질의가 잇따르자 뒤늦게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북한 매체가 먼저 공개하지 않았으면, 이번에도 어물쩍 넘어갔을 개연성이 크다. 국방부는 26일 오전에도 언제 어느 방향으로 쐈는지, 사거리는 얼마인지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여전히 쉬쉬하고 있다.

우선, 이런 심각한 도발을 숨기는 것은 물론 제대로 정면 대응하지도 못한 것은 국가 안보의 포기나 다름없다. 최근 탈북민 강제 북송, 대북 친서 등 국민에게 감추는 대북 현안이 너무 많다.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헌법 준수와 국가 보위를 국민 앞에 선서한다.(헌법 제69조) 그런데 문 정부가 영토 및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헌법상 의무’에 충실한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북한은 김정은이 직접 목표를 정하고 사격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남측 덕적도 이북부터 북측 초도 이남 수역의 포사격 훈련 중단을 규정한 9·19 군사합의 제1조 2항을 정면으로 위반했고, 주범은 김정은이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다. 파문이 커진 뒤인 26일 오전에야 겨우 군 통신선을 이용해 항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셋째, 도발 시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어이가 없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9년 되는 때였다. 게다가 북한이 발표한 25일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막된 날이다. 문 대통령도 23∼24일엔 보고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25일 ‘한·아세안 CEO 서밋’ 인사말을 통해 “북한을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인 아세안의 포용 정신이 계속되길 바란다”며 북한을 감쌌다. 차마 안보의 최종 책임자 및 국군통수권자의 말로 믿기 힘들다. 이런 문제와 별개로, 국방부 차관 출신인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주장처럼 군 당국이 해안포 발사 자체를 제대로 몰랐을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9·19 합의로 접경지역 경계가 약화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규명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