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황교안 찾은 이해찬 황교안(왼쪽)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오전 청와대 앞 간이 천막에서 단식 농성 중 단식을 만류하기 위해 방문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선거제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폐기 등의 요구사항을 내건 단식이 6일째를 맞으면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한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김낙중 기자

■ 패스트트랙 정국 ‘운명의 9일’

② 여야 4당 ‘공조’ 균열 여부
③ 바른미래 분당따른 표 분산
④ 법안과 연동 정부 예산 심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도 개편안과 검찰 개혁 법안이 오는 12월 3일까지 차례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국회가 ‘극적 타협이냐, 파국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신속 처리’와 ‘결사 저지’를 주장하며 맞서는 가운데 언제, 어떤 형태로 법안이 처리되는지에 따라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표심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의원들은 모두 25일 “아직 워낙 변수가 많아 어떻게 결말이 날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가장 큰 변수는 한국당의 태도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해 단식까지 하고 있지만, 나경원 원내대표는 “협상의 끈은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주 황 대표의 단식 종료 여부 등에 따라 한국당의 전격 협상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이 ‘결사 저지’ 입장을 고수한다면, 물리적 저항이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설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 경우 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또 법안 처리를 앞두고 한국당에서 제기된 ‘의원직 총사퇴’ 주장이 현실화될지도 관심사다.

한국당을 배제한 채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시도할 경우에도 변수는 있다. 현재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으로 돼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내부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역구를 다소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비례대표 확대를 원하는 정의당과 호남 지역구 의석 유지를 요구하는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입장을 조정하는 묘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정안 마련에 실패할 경우 원안을 본회의에 올리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부결될 위험이 따른다. 민주당 한 의원은 “원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분당도 선거법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로 분류되는 김관영 최고위원은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과 함께 이날 오후 국회 바른미래당 대표실에서 모여 선거법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창당 작업을 본격화한 가운데 잔류하는 당권파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럴 경우 민주당 측에서 과반수 확보가 더 쉬워지고, 원안이나 수정안 표결 시 부결 부담을 다소 줄일 수 있다.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도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과 연동돼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패스트트랙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일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원내대표들까지 나서 협상을 해야 예산안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패스트트랙과 예산안 처리는 ‘패키지 딜’로 묶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김병채·윤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