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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중파 참패’ 홍콩 어떻게 되나

사상 최대 294만명 투표 참여
쇠망치 피습 지미 샴 당선 등
민주화 이끈 지도부 대거 승리

시진핑의 ‘中國夢’구상 타격
캐리 람 사퇴 등 유화책 촉각

‘11·24 홍콩 지방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이 압승하면서 반(反)중국 기치를 내걸고 민주와 자유, 자치 확대를 요구해온 시위대의 목소리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 친중파 진영의 참패로 캐리 람 행정장관을 수반으로 하는 홍콩 정부와 중국 중앙 정부는 수세에 몰리게 됐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궈멍’(中國夢) 구상도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선거 승리로 홍콩 민주파는 내년 입법회 의원 선거와 2022년 행정장관 선거(간선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범민주진영 압승, 친중파 몰락 = 25일 낮 12시(한국시간) 현재 홍콩선거관리위원회의 99.8% 개표 결과, 구의원 452석 가운데 범민주 진영이 확보한 385석(85.2%)은 압승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대승이다.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 등 친중파 진영이 확보한 58석(12.8%)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표다. 민주파는 지난 6개월 가까이 민주화 시위를 이끈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가 샤틴 지역에서 당선된 것을 비롯해 지도부 대부분이 승리를 거뒀다. 샴 대표는 지난달 16일 괴한 4~5명으로부터 쇠망치로 기습 테러를 당해 중상을 입었다. 행정장관 직선제를 전면에 내건 2014년 ‘우산 혁명’ 당시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과 함께 운동을 이끈 레스터 슘과 토미 정, 에디 찬 등 학생운동 지도부들도 구의원으로 입성했다. 지난 9월 백색 테러를 당한 스탠리 호 노동당 후보도 압승을 거뒀다. 툰먼 지역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로 춘위는 “이번 선거는 캐리 람 정부에 대한 국민투표였다”며 “캐리 람이 시민에게 심판을 받았음을 보여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민주 진영은 특히 행정장관 직선제와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 등 5대 요구 사항에 대해 시민들이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했다. 민주당 후보 앤드루 치우는 “홍콩 시민들이 자유와 민주를 위해 끝까지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반면 친중 민건련 지도부는 스타리 리 부의장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입법회의 대표적 친중파 의원인 주니스 호 의원은 1000표 이상 차이로 대패했다. 그는 여러 차례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지지 발언을 했으며, 지난 7월엔 위안랑 지역에서 시위대를 폭행한 사람들과 악수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친중파인 노동조합연맹의 앨리스 막 의원은 선거에서 패한 뒤 “캐리 람 정부의 통치 방식이 많은 시민의 불만을 산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낙선한 또 다른 친중파 후보는 “정치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정부가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선거 참패로 ‘패닉’ 상태인 민건련은 조만간 모임을 갖고 선거 패인을 분석하기로 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홍콩민주화, 반중 목소리 탄력 = 최근 홍콩이공대 ‘고립’ 투쟁으로 자칫 시위 동력을 잃을 뻔했던 민주 진영은 앞으로 경찰 과잉 진압 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 등을 고리로 홍콩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 압승으로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중 구의원 몫인 117명을 독식하게 된 민주진영은 여세를 몰아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에서도 과반 의석 확보 투쟁에 나설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구의원 선거 당선자들이 입법회 선거에도 나오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는 입법회 선거에도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거 결과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캐리 람 사퇴 카드 등 유화책을 제시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홍콩 행정장관은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홍콩 입법회는 간선으로 선출되는 직능대표 35석, 직선으로 선출되는 지역구 35석으로 구성돼 ‘절반의 직선제’ 선거로 불린다. 홍콩 전역의 452개 의석을 모두 직선으로 뽑는 선거는 구의원 선거가 유일하다.

최종 투표율은 71.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 47.0%보다 훨씬 높았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선거 열기를 보여주듯 아침부터 유권자들이 몰렸다. 이번에 투표한 총 294만여 명은 앞서 가장 많은 220만 명이 참여했던 2016년 입법회 의원 선거 때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이번 선거에선 평소 투표에 잘 참여하지 않은 젊은 유권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선거를 위해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 명으로, 지난 2015년 369만 명보다 크게 늘었다. SCMP는 “특히 18~35세 젊은 유권자들은 친중국 성향의 정치인들을 내쫓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김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