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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신약’ 美FDA 승인

후보물질 탐색부터 독자개발
내년 2분기 美시장 출시할듯
“신약 주권의 초석됐다” 평가

SK바이오팜이 국내 최초로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은 건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은 27년 전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제약사업에 처음 발을 디뎌 마침내 결실을 봤다. 그간 국내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한 신약 기술을 수출하거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이번 성과가 더욱 주목받는 건 SK바이오팜이 미국 현지 신약의 마케팅과 판매를 직접 총괄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신약 허가가 국내 ‘신약 주권’을 지키는 초석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SK그룹과 SK바이오팜에 따르면, SK그룹은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인 1993년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때가 바로 SK바이오팜이 탄생하게 된 계기다. 흥미로운 점은 SK바이오팜이 처음부터 글로벌 신약후보물질 탐색에서 개발, 판매, 마케팅까지를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글로벌 종합제약사로의 도약을 목표로 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찾기 힘든 이런 차별화된 사업 전략에도 불구, SK바이오팜은 지난 27년간 별다른 대형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처럼 업계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SK바이오팜이 주목받은 건 올해 초 자체개발한 뇌전증 신약후보물질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정)에 대해 FDA가 신약 판매 허가심사를 개시하면서부터다. 제약업계는 엑스코프리가 미국 시장에 판매되면 연 매출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제약사 최초로 단일 신약으로 매출 1조 원 시대를 여는 이정표를 세우게 되는 셈이다. 엑스코프리 임상시험에 참여한 마이클 스펄링 미국 제퍼슨 종합뇌전증센터 이사는 “엑스코프리를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발작 빈도가 의미 있게 감소했고, 일부 환자들에게서 발작이 완전 소실된 결과를 보여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신약은 SK바이오팜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마케팅과 판매를 직접 맡아 내년 2분기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SK그룹은 2002년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2016년 당시 SK바이오팜 직원들에게 “글로벌 신약 개발 사업은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에도 신약 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았다”며 “지주회사 직속으로 둔 건 신약 개발이야말로 장기적인 비전이 담보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SK㈜의 100% 자회사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