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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특별공훈교수

내일 밤 12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다가왔다. 지소미아라는 말도 어려운 용어지만, 군사 문제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협정이어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국민은 잘 모르고 있고 또 궁금해한다. 지소미아는 예민하고 비밀한 정보를 다루는 협정이기 때문에 국민이 잘 모를 수밖에 없고 전문가들도 주장하는 바가 전혀 다르니 국민은 더 헷갈려 한다. 상반된 주장을 따져보면 결론이 분명하게 내려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소미아를 폐기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주고받는 군사정보들도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며 지소미아 불필요론을 편다. 실제로 일부 군 관계자도, 지소미아로 주고받는 정보는 중요도가 높은 것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소재기술에 대해 일본이 일방적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해 주지 않는 마당에 한국이 왜 일본이 원하는 지소미아 연장을 해줘야 하느냐며 국가의 자존심을 내세워 반대론을 편다.

반대로, 지소미아 유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는 동맹인 미국이 원하므로 미국과의 관계를 봐서라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일본으로부터 받는 정보가 전혀 쓰임새가 없는 건 아니라고 한다.

양쪽의 주장을 정리하면, 누가 먼저 국가의 자존심을 허물며 입장 정리를 하느냐로 그 결론이 수렴된다. 채 이틀도 안 남았지만, 한국이 대승적 차원에서 지소미아 연장을 결정해야 한다. 지소미아를 폐기할 경우 중국과 북한만 앉아서 이익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연결된 한·미·일 3국은 우방이다. 우방 사이에 균열이 일어나면 좋아할 이웃은 중국과 북한뿐이다. 한·미·일 3국이 협력하지 못하면 미국이 한국을 최전선으로 하는 극동아시아 방어에 어려움이 생긴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고 중국의 군사력은 더욱 막강해지고 있는데 미국은 한·일 양국의 힘을 다 합쳐도 군사력이 달릴 정도로 안보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일본이 지난해 12월 항공모함 2척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중국은 향후 5척 이상을 보유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도 내년부터 항모 설계에 들어간다. 한반도 주변국인 미국·러시아에 이어 중국과 일본 및 한국도 항모를 보유하게 되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으로선 안보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지소미아에 한정해서 분석하면, 미국은 첩보위성, 조기경보기, 이지스함,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 군사정보 수집 능력이 월등하다. 일본도 나름의 정보 수집 능력이 강력해지고 있다. 동해 바닷속의 북한 잠수함을 찾아내는 데 필요한 대잠초계기도 한국은 16대지만 일본은 100여 대로 한국의 6배가 넘는다. 다만, 일본이 한국에 아쉬워하는 것은 탈북자들을 통한 북한의 내부 사정 정보다. 서로 상대국을 필요로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체면을 앞세울 일이 아니다.

지소미아를 연장해 주고 미국과 손잡고 속 좁은 일본을 잘 다스려서 반도체 수출 규제도 풀어 나가고 대화를 통해 양국을 선린 관계로 만들면서 국력을 더 키워도 부족한 판국이다. 미래를 예상해 보면, 일본은 지소미아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을 누르려고 들 것이다. 일본의 이런 속셈을 알고 있는 한국이 현명한 자세로 지소미아를 연장해 주고, 시간을 벌어가며 국력을 강하게 키우는 것이 지소미아 연장의 최종 승자가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