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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베이징 특파원

그레이엄 앨리슨은 2017년 발간한 ‘예정된 전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충돌에 이르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그중 하나가 홍콩에 대한 중국의 억압 조치가 ‘나비 효과’가 돼 대만 독립 선언과 미·중 충돌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중국 정부가 ‘고도의 자치권’ 약속을 철회한 데 대해 분노를 느낀 홍콩 주민들은 거리로 나가 베이징에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해결책을 얻지 못한 채 시위가 몇 주를 끌며 이어지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군대에 1989년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처럼 시위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충격을 받은 대만 주민들의 독립 요구가 커지고 이를 미국이 뒷받침해주면서 중국에 대한 경제 봉쇄가 단행되고, 결국 전쟁까지 이른다는 시나리오다.

시 주석이 6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홍콩 사태에 칼을 빼 들었다. 지난 14일 해외 순방지인 브라질에서 “홍콩 폭력 범죄 분자들의 혼란 제압이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천명했다. 이 발언 이후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11일 비무장 학생 시위자에 대한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홍콩이공대를 거점으로 한 ‘최후 보루’ 투쟁이 격화했다. 시 주석에게 이 시위대가 극히 위험한 이유는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는 테러리즘 세력’이라는 점이다. 베이징(北京)에서 접하는 중국인들은 “홍콩 시민들은 애국심이 없다. 어떻게 영국 국기를 흔들고 미국에 도와달라고 하느냐. 그들은 중국인이 아닌가?”라고 말하며 깊은 반감을 드러냈다. 이들의 인식을 대변하는 톈페이룽(田飛龍) 베이징항공항천대 교수는 최근 둬웨이(多維)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홍콩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때가 아니라 절망을 안겨야 한다. 절망을 거쳐야 국가를 다시 이해하고 자신의 신분과 미래 문제를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인들은 일국양제 하의 ‘완전 자치’를 원하지만, 철저히 깨져야 하는 희망 사항이라는 논리다. 일국양제는 홍콩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권 행사를 의미하고, 결국 홍콩의 모든 세력에 ‘중국과 같이 가겠느냐, 말겠느냐’를 고르라는 얘기라는 게 톈 교수 설명이다. 홍콩 독립을 위해 ‘시대 혁명’을 외치는 시위대는 중국 입장에서는 일국양제 원칙을 배반하는 ‘반(反)혁명’ 세력일 뿐이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드온 래치맨은 최근 ‘홍콩은 시진핑의 실패’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시 주석 집권 이후 홍콩의 출판업자들이 대륙으로 납치되고, 입법회 의원들이 중국에 대한 충성 선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상황을 본 홍콩의 10대와 20대들이 자유를 위해 싸우는 시위를 과장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47년 중국과의 완전 통합을 두려워하는 홍콩의 젊은 세대는 이번 이공대 투쟁에서 실패한다 하더라도 물러서지는 않을 것 같다.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사이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이 속전속결로 통과됐다. 일국양제의 대만 적용에 강력 반발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내년 1월 재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홍콩과 대만 문제로 편하게 잠을 잘 수 없는 시 주석에게 ‘악몽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