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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정치부 차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세연 여의도연구소장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전격적인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인적 쇄신 경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갈이’ 압박이 거세지면서 불출마 선언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득권 포기 결단은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에서 나타나지만, 이를 누가 이끄는지를 보면 양당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난 17일 임 전 실장의 동참으로 정점을 찍은 데서 보듯, 민주당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은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들이 주도해 왔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지난 9월 일찌감치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진작부터 불출마 의사를 밝힌 채 총선 채비에 나섰다. 이철희·표창원 의원 등 바통을 이어받은 스타급 의원들도 범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양 원장은 최근 민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난립 양상을 보이는 청와대 출신들의 출마 러시를 교통정리 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청와대 출신이 너무 많이 출마해선 안 된다는 얘기를 포함해, 양 원장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독하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의 메인스트림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인적 쇄신의 깃발을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행보는 지난 200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호남의 지지층이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를 위해 ‘부산의 아들’ 노무현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던 사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번에는 주류 정치인들이 총선 승리를 위해 기득권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에 나선 것이다.

반면 한국당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김세연·김성찬·유민봉·조훈현 등 5명 의원 가운데 ‘용퇴’ 사례로 부를 만한 사람은 6선의 김무성 의원뿐이다. 유·조 의원은 초선, 김성찬 의원은 재선에 불과하다. 김세연 의원은 영남지역 3선이지만, 1972년생으로 차세대 주자군에 속한다. 이들을 한국당의 실패를 책임져야 할 메인스트림으로 보기도 어렵다. 김무성 의원은 원조 친박(친박근혜), 유·조 의원은 친박 비례대표라 부를 만하지만, 이들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나 이후 한국당의 지리멸렬에 대한 책임을 묻기엔 무리가 있다.

한국당의 ‘과거의 실패’와 ‘현재의 실패’에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서 전략적 결단은커녕 국민의 시선을 잡아끌 만한 전략적 움직임조차 찾아보기 힘든 점은 씁쓸하다. 오히려 당내 쇄신론을 ‘내부 총질’로 폄하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메인스트림의 책임감과 절박함에서 민주당과 비교가 안 된다. 이 당이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3번의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당이 맞는지, 또 2017년 대선에서 559만 표 차로 참패한 당이 맞는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권을 중도에 내려놓은 당이 맞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쇄신 정국에서 국민의 눈은 민주당과 한국당을 향하고 있다. 특히 한국당에 과연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책임감 있는 리더와 리딩 그룹이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이에 응답하지 못한다면 그 끝은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