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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획기적 영입 보여준 ‘15대 총선’

1996년 치러진 15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여야 모두 가장 획기적인 인재 영입을 보여준 선거로 꼽힌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이끌던 여당 신한국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로 맞선 새정치국민회의(국민회의)가 1997년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두고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였다. 시스템 공천이 아닌 절대적 권한을 지닌 총재들이 직접 인재를 선발해 출마지까지 정해줬다는 점에서 민주적 공천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영입 인사들의 입지는 더 탄탄했다.

YS는 신한국당이 자신의 중간선거 격이었던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위기감에 빠졌다. 15대 총선에서 분위기를 바꾸지 못할 경우 1997년 대선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YS는 이재오·김문수·이우재 등 재야 운동권 출신 인사에까지 문호를 활짝 열고 적극적인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이들 민중당 출신 영입에 대해서는 당시 여권에서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만큼 파격적이었다.

신한국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수사하며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치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SBS 앵커였던 맹형규 전 의원도 이때 영입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실장을 지낸 정태윤 전 민중당 대변인도 가세했다. 총선을 바로 앞두고는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이회창 전 국무총리도 가세했다.

1995년 지방선거가 야당인 민주당 승리로 끝난 뒤 돌연 정계 은퇴 선언을 뒤집고 복귀, 야권 분열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국민회의를 창당한 DJ도 이미지 쇄신을 위해 과감한 인재 영입에 나섰다. 특히 1997년 대선에 인생 마지막 정치적 승부를 건 DJ는 15대 총선 공천을 ‘빨갱이’라는 보수 진영의 공세를 무력화할 우군을 구축하는 데 활용했다. 쌍용그룹 상무 출신의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대구 출신으로 판사를 지낸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때 영입됐다. 사단장 출신의 천용택·임복진 전 의원, 인기 소설가이자 방송인이었던 김한길 전 의원, MBC 앵커 출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이때 합류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김민석 전 의원을 서울 영등포에 투입하는 등 86세대 운동권 스타들을 등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