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본명 나희선·가운데)가 지난달 1일 어린이들과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진행하는 ‘1004데이’를 홍보하고 있다. 올해 1004데이는 아동 주거환경 인식을 제고하고 기부 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초록우산재단 ‘1004데이’

공공형어린이집·유튜버 동참
아동주거환경 개선정책 촉구
청계천서 시민 참여형 전시
빈곤아동 거주지 간접 체험
전시 뒤 ‘양심 우산’ 재활용

“영유아 보육 환경도 돌봐야”
공공형 어린이집 지원 요청

“청계천 위 우산 사이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보니 힐링도 되고, 우산 속으로 보이는 아이들 그림을 보면서 동심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달 5일 서울 중구 청계천을 찾은 블로거 A 씨는 천변을 수놓은 초록우산을 보며 이렇게 감상을 전했다. 이날 청계천을 방문한 또 다른 방문자 B 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줄지어 선 초록우산 사진을 올리며 “우산들이 하늘에 내걸린 게 너무 예뻤는데,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 것 같다. 여러 관광객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며 “함께 걸린 아이들의 그림이 운치를 더했다”고 말했다.

매년 10월 초 행인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이 행사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2014년부터 매년 10월 4일에 열고 있는 아동 권익 신장을 위한 ‘1004데이’다. 최초 행사에서는 청계천에 걸린 우산 속에 후원자들의 이름을 매달았는데, 최근에는 주위의 소외된 아동을 살피고, 나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캠페인 활동으로 확장했다. 올해는 특히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30주년을 맞아 의미를 더했다. 아동 주거환경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고 주거빈곤 아동의 꿈과 희망을 응원한다는 주제로, 우산 속에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꿈꾸는 집’ 그림이 걸렸다. 공공형 어린이집에서 보육 중인 아이들의 그림을 토대로 아동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우산은 지난달 14일까지 청계천 상공에 전시됐는데, 행사 종료 후 모두 수거해 양심우산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아동 주거권 행사에 ‘유튜버’‘공공형 어린이집’도 함께…가정과 어린이집 연계 강조 = 이 행사를 함께한 박미향 전국공공형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04데이를 계기로 아동 권익을 넘어선 영유아 주거 권익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박 회장은 “공공형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어린이들에 대한 공헌활동을 여럿 진행했는데 이번 행사는 집이 없는, 또는 주거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을 것으로 본다”며 공공형 어린이집이 ‘영유아’의 권익을 담당한다면, 재단은 영유아가 자란 ‘아동’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아동이 다양한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한 듯 올해 1004데이는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공공형 어린이집연합회가 함께해 확장성을 갖췄다.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본명 나희선)와 박 회장은 지난달 1일 1004데이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이들은 재단과 함께 오픈식을 열면서 아이들이 직접 그린 집의 일부를 시민들이 블록으로 채우는 시민 참여형 전시를 진행했다. 해당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창문을 통해 실제 주거빈곤 아동들이 거주하는 집의 모습이 보이도록 했다. 아동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합심한 어린이집연합회 “아동 권익 신장, 영유아 보육환경도 돌아봐야”= 재단은 올해 행사에서 어린이집연합회와 함께해, 아동의 주거 권익 옹호 활동을 가정 단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과 같은 기관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어떤 아이들에게 어린이집은 가정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공간이다.

어린이집이 국공립, 공공형, 민간으로 나뉘어 있어 정부의 지원 수준이 다르다는 점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무조건 좋다’는 식의 선입견으로 한쪽에 지원이 몰리기도 한다. 박 회장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자리가 나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바꾸는 상황을 지적하며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학기 중에 아이들만 국공립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공공형 어린이집에서 실력을 쌓은 교사들도 급여 문제로 국공립으로 이동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문제다.

박 회장은 “공공형 어린이집 시설을 민간이 설립했다는 것만 제외하면 운영 면에서 국공립과 거의 차이가 없다”며 “공공형에 대한 지원이 처음 출범할 당시 수준에서 동결돼 있고, 교사 경력도 인정되지 않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아이들의 권익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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