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엄홍길휴먼재단의 1차 휴먼스쿨 ‘팡보체’의 음악 수업에 참여한 엄홍길 대장이 탬버린을 치고 있다. 엄홍길휴먼재단 제공

■ 룸비니 순디스쿨

“현지는 가난한데, 관광객은 많이 오는 곳. 이런(룸비니) 지역의 사람들이야말로 교육이 절실합니다. 격차를 해소해야 하니까요.”

네팔의 지방 소도시 ‘룸비니’는 불교 신자 사이에서 ‘성지’로 통한다. 석가모니의 탄생지라서다. 마야데비 사원에는 부처 탄생 당시의 부조와 그를 기리기 위한 각국의 사원들이 지어져 있다. 그런데 룸비니는 이 같은 막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도 관광도시의 면모를 전혀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지난 10월 30일 취재진이 찾은 룸비니는 공항·도로 등 제반 시설이 낙후된 곳이었다. 드넓은 평야 지대에서 눈에 걸리는 건 무너져가는 가건물과 지붕을 대충 얹어 만든 듯한 현지인 집들뿐.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서는 가축들의 분뇨 냄새가 진동했다.

엄홍길휴먼재단은 지난 2015년 11월, 10번째 휴먼스쿨인 ‘순디스쿨’을 이곳 룸비니에 지었다.

이 학교는 현지 주민들에게 인기가 상당하다. 주변 환경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은 시설과 높은 교육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룸비니에서는 유일하게 컴퓨터실과 도서관을 운영한다. 현지 고사양 컴퓨터 20여 대와 7600권에 달하는 책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 50㎞까지 떨어진 5개 마을에서 720여 명에 달하는 학생이 통학한다.

취재진이 찾은 이날 ‘순디스쿨’에서는 독후감 시상식이 열렸다. 재단은 이전부터 도서관 전담교사를 고용하고, 수업의 일정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배당하는 등 ‘책 읽기 문화’ 확산에 노력해왔다. 이날 진행된 시상식 규모도 남달랐다. 1등 수상자에게 7500루피(약 7만7000원)와 부상을 수여하는 등 총 28명에게 13만2000루피(135만 원) 규모의 상금을 수여했다. 네팔의 초등학교 교사 월급이 2만~3만 루피(23만~30만 원)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큰돈인 셈이다. 엄 대장은 “독서를 통해 ‘교육’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고, (상금을 통해) 현실적인 여건도 일부 풀어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룸비니 =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