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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월수입 100만~300만원
‘하층 추락’ 대한 걱정 가장 높아

“난 하위층에 속한다” 34.7%
“중간층” 57.2% - “상층” 8.1%
“자녀들 하위계층 될듯” 19.3%

“우리사회 믿을 수 없다” 30.2%
20대서 응답 비율 높아 ‘눈길’

1일 문화일보 창간 28주년 여론조사에서 ‘내가 자칫하면 하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7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력해도 상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59.7%에 달했다. 중산층은 언제든 자신이 하층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에 떨고, 하층은 아무리 노력해도 중산층 이상으로 상승할 수 없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 구성원들이 계층 하락을 우려하며 ‘불안’해하고, 일상화된 ‘불확실성’을 겪으며, ‘불공정’한 사회를 탓하고, 본인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불행’해하는 ‘5불(不)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5不 사회의 그늘 = 이번 조사에서 하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73.3%가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21.1%는 하층 추락 가능성이 ‘너무 크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하층으로 떨어질 우려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26.7%에 불과했다. 하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을 걱정하는 응답은 40대(76.5%)와 인천·경기 거주자(77.4%), 월 개인수입 100만∼300만 원(77.4%) 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왔다.

개인이 노력해 상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59.7%의 응답자가 ‘가능성이 없다’고 답했다. 8.3%는 ‘전혀’, 51.4%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런 비관적 응답은 50대(68.3%)와 광주·전북·전남 거주자(67.3%), 고졸 이하(65.9%), 월 가구소득 100만∼300만 원(66.6%) 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기본 인식 아래 자신의 지위 불확실성에 따라 불안해하며 현 처지에 불만을 표하고, 결국 불행해하는 ‘5불 사회’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신이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느냐’(10점 척도)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체로 하층(1∼4점)에 속한다고 답한 비율이 34.7%였다. 중간층(5∼7점)은 57.2%, 대체로 상층(8∼10점)은 8.1%에 불과했다. 사회학적 중산층 비율이라 할 수 있는 6∼7점 군을 합산하면 34.8%였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 평균점수도 5.13점으로, 5점을 갓 넘겼다. 김 교수는 “중산층에 속한다고 응답한 이가 10명 중 3명이고, 평균점수가 5점대 초반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중산층이 헐거워지고 있고, 중산층으로의 계층 상승 기대가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자녀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했다. ‘자녀가 한창 경제활동을 할 때 어느 계층에 속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체로 하층(1∼4점)에 속할 것 같다는 응답은 19.3%에 불과했다. 본인은 하층에 속한다고 보면서도 자녀의 미래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자녀에 대해서만큼은 현실 상황과 상관없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하는 ‘위시풀 싱킹(wishful thinking)’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신과 비교해 주위 사람들의 생활 수준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 ‘내 수준보다 높다’는 응답이 34.1%로 나타났다. ‘비슷하다’는 54.7%, ‘내 수준보다 낮다’는 11.2%였다. 60대 이상(38.9%) 연령층이 자신의 처지를 특히 비관적으로 봤다. 19∼29세(28.5%)보다 10.4%포인트 높은 수치다. 연구팀의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이가 많을수록 주변 사람에 대한 박탈감이 더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깊어지는 사회 불신 = 응답자들은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30.2%가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26.2%는 ‘보통이다’라고 했고, 43.6%는 ‘믿을 수 있다’고 했다. 연령별로 보면 19∼29세(31.8%), 60대 이상(35.7%)의 사회 불신 비율이 높았다. 아직 사회생활을 본격 시작하지 않은 20대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은 향후 사회 전반에 불신이 더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임 교수는 “이 같은 질문에는 보통 중간치의 답을 내놓는 경향이 많은데, 10명 중 3명이 사회 불신의 감정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어떻게 조사했나 = △조사기관: ㈜칸타코리아 △일시: 2019년 10월 25∼27일 △대상: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조사방법: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웹패널조사 △응답률: 6.0% △오차 보정 방법: 2019년 10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 가중치 부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내용: 한국사회 공정성 조사,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등(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