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근 미국 등에서 의료·오락용 대마 판매가 합법화되면서 경계감이 풀어져 ‘대마 사탕’ ‘해피벌룬’(환각풍선)에서부터 애더럴, LSD 등 신종 마약류가 여행자와 국제특송을 통해 마구잡이로 한국 사회로 들어오고 있다. 대마·마약류는 한 번 중독되면 끊기가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최악’LSD ·‘슈퍼맨 각성제’애더럴 등 신·변종 기승
필로폰·대마보다 환각효과 강력… ‘마약계의 강력범’

LSD, 향정신성의약품 분류
혀에 붙이는 형태로 휴대 쉬워

대마, 액상 카트리지형 유행
캔디·젤리·쿠키 등 변종 다양

해피벌룬, 아산화질소 주성분
과다 흡입땐 저산소증 유발도

美 10개州선 의료용 대마 합법
21세 이상이면 소매점서 구입

재벌가 자녀들이 마약파티를 벌이는 장면은 우리나라 영화 속 단골 장면이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에서 막장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가 마약을 하며 괴상한 연기를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특히 올 들어 재벌가 자제나 연예인 등이 연루된 신종 대마·마약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며 마약류 물질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주사기로 주입하는 필로폰이나 담배처럼 피우는 대마초는 이제 트렌드에 뒤떨어진 유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 속에 이들보다 더 중독성과 환각효과가 강력하면서도 유통은 더 손쉬운 신종 대마·마약의 등장은 한국이 ‘마약 청정국’에서 멀어져 가는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의 장녀 홍모(18) 씨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X-레이 검색대에서 수상한 여행 가방을 반입하려다 세관에 붙잡혔다. 홍 씨는 미국에서도 ‘최악의 마약’으로 불리는 향정신성의약품인 LSD, ‘슈퍼맨이 되는 각성제’로 불리는 애더럴, 카트리지형 대마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혀에 붙이는 종이 형태의 마약인 LSD는 사용 후 정신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수일에서 수개월 동안 환각이 지속되는 위험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애더럴은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성분의 각성제이며, 카트리지형 대마 역시 전통적인 건초형 대마보다 휴대나 흡입이 간편하게 개선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마약을 하는 것이 단순폭행 혐의라면, LSD는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절대 금지 물품”이라고 말했다.

24일 법원의 1심 판결을 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29) 씨가 지난달 반입하려다 적발된 마약류는 변종 대마였다. SK그룹을 비롯한 재벌가의 3세 중 수명도 변종 대마를 들여오다가 적발돼 재판을 받고 있다. 변종 대마는 여행, 국제우편, 특송화물 등을 통해 밀반입되고 있고 적발된 품목도 액상 카트리지와 대마초 외에 대마 쿠키, 대마 초콜릿, 대마 젤리, 대마 오일 등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세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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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적발된 부유층 자제들의 신종 마약·대마의 출처는 대부분 미국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부분 지역은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으며 의료·오락용 대마를 합법화한 지역도 워싱턴과 오리건, 네바다, 캘리포니아, 알래스카, 콜로라도, 메인, 매사추세츠, 미시간, 버몬트 등 10개 주에 달한다. 특히 의료·오락용 대마가 합법인 지역에서는 만 21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허가받은 소매점에서 대마류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관 당국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는 여행자에 대한 정보 분석 등을 강화하고, 마약 탐지견을 집중 배치해 여행객들의 휴대품을 정밀검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신종 마약·대마뿐만 아니라 환각 성분이 강한 ‘해피벌룬’(환각풍선)도 한국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해피벌룬의 주성분인 아산화질소(N₂O·Nitrous Oxide)는 원래 병원에서 간단한 처치를 하거나 치과에서 치료할 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마취제다. 이 물질을 흡입하면 마취 성분 때문에 몸이 붕 뜨고, 취한 듯한 느낌이 30초가량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시적으로 안면근육을 마비시켜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웃음 가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과량 흡입할 경우 저산소증이 올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뇌세포가 파괴돼 뇌 손상을 일으키거나, 쓰러질 때 머리를 부딪혀 다칠 위험성이 있다.

최근 젊은 층이 해피벌룬을 클럽 등에서 즐기는 문제가 부각되고,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 당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클럽 직원 한 명이 흡입한 환각제 중 하나가 해피벌룬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각심이 더 고조됐다. 환경부는 2017년 7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아산화질소를 환각 물질로 지정하고,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거나 이러한 목적으로 소지·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기존에 영화 등을 통해 알려진 향정신성의약품 ‘엑스터시’ 등도 신종·유사품으로 대체돼 경고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3년 마약류 대용으로 유통되는 15개 물질에 대해 임시마약류로 지정했다. 당시 예고 대상에는 파라-메톡시메스암페타민(PMMA) 등 15개 물질이 포함됐다. PMMA는 합성 마약의 일종인 엑스터시(MDMA)로 혼용돼 다수의 사망 사건을 일으킨 물질이었다. 또 아직 신종 마약으로 인식되는 LSD조차 이미 유사 물질이 출현해 신종 마약·대마의 등장에 정부 당국도 대응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LSD와 유사한 강력 환각제의 하나인 1cP-LSD를 임시마약류로 신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1cP-LSD는 오·남용하면 심한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미 국내에서도 밀반입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