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위소득, 증가전환’ 강조했지만
가처분소득은 6분기째 감소

‘평균고용률 역대최고’라지만
제조업 취업자는 18개월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부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유리한 지표만을 집중 거론, 경제 상황에 대해 여전히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통계수치 자체는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본질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2016년 637조8000억 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708조2000억 원으로 늘었고, 내년엔 8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지방정부와 가계, 기업 부채까지 합치면 이미 채무비율이 200%를 넘었다는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노동시장 분야는 지난해 48위에서 올해 51위로 순위가 더 떨어졌다. 기업활력 분야도 지난해 22위에서 올해 25위로 내려갔다.

문 대통령은 또 “올 2분기 가계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며 “특히 1분위(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증가로 전환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3% 줄어, 6분기째 감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9월까지 평균 고용률이 66.7%로 역대 최고 수준이고, 청년 고용률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9월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가 1년 전보다 38만 명 늘어난 반면, 40대 취업자는 17만9000명 감소했다. 또 9월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1000명 줄어 18개월째 감소세였다.

문 대통령도 “제조업과 40대의 고용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해결책은 내놓지 않았다. 11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확실시되는 수출 위기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