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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엽(1981∼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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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형제와도 같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같은 대학의 같은 과 선배로 만났기에 저는 그를 형이라 불렀습니다. 3년 정도 지났을 때 서로 동갑내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래도 그는 제게 의젓한 형이었습니다.

형은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생전에 남을 거칠게 헐뜯는 말을 할 줄 몰랐고, 남에게 강한 의사 표현 또한 잘하지 못했습니다. 수영·등산·테니스 등 운동을 즐겼고 성실했으며 건강했습니다. 형과 저는 함께 사법시험을 준비했는데, 형이 저보다 4년 먼저 합격했습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서로 친하게 지내다가도 시험의 합격 여부로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은 달랐습니다. 시험을 앞둔 제게 늘 “넌 할 수 있으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되, 대신 열심히 하라”는 조언을 해줬습니다. 그 누구의 말보다도 제게 다가오는 한마디였습니다. 명절이면 책값에 보태라고 돈을 보내주고, 직접 와서 고기를 사주던 인심 좋은 형이었습니다.

결혼 후 행복하게 살 줄 알았던 형은 속이 불편해서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후 10개월이 못 되는 기간에 형은 고단한 투병 생활을 했습니다. 병을 극복하려는 의지는 강했지만, 이미 몸속 깊이 퍼진 암세포를 물리칠 수는 없었습니다. 2019년 1월 14일. 형의 동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이별을 직감했습니다. 두 사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 이뤄가고 같이 늙어가기를 원했던 동화가 슬픈 결말로 성급히 마무리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저는 휴대전화의 즐겨찾기에서 형의 이름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 순간 힘든 일로 고민할 때면 형을 생각합니다.

저와 대학 시절과 고시생 시절, 그리고 변호사 생활을 함께했던 남승엽 변호사. 언젠가 저도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오면 스트레스도 죽음도 없는 세상에서 형과 다시 만나 오래오래 친구로 지내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친구 김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