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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고산도

달걀 13개 거품기로 푼 후
우유·가다랑어포 장국 등 넣고
고운 체망이나 면포에 걸러
오븐 160도에 맞춰 37분 구워

랩으로 싸 냉장고에 넣어두면
도토리묵처럼 탱글탱글해져

정성껏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 행복감을 느낀다. 가족들을 떠올리며 귀찮은 조리과정도 즐겁게 견뎌낸다. 요즘은 아내와 딸, 사위, 아들이 번갈아가며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한다. 일본식 달걀 샌드위치 ‘타마고산도’는 온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달걀의 비린 맛을 잡으며 적당한 단맛을 내는 게 쉽지 않고, 오븐에 굽는 게 번거롭지만 만족도가 높아 자주 만든다.

여러 레시피를 참고하고 동영상을 찾아본 후 시행착오도 겪었다. 너무 달아 설탕량을 줄이니 비린 맛이 올라왔고, 오븐 온도와 굽는 시간 조절도 쉽지 않았다. 이 방법 저 방법 시도해보며 나만의 레시피가 완성됐다.

달걀 13개(대란 기준)를 볼에 까 넣고, 거품기로 푼 후 우유 300㎖, 설탕 9T, 맛술 4.5T, 청주 1.5T, 가다랑어포 장국 1.5T를 더해 충분히 섞어준다. 가다랑어포 육수를 낸 후 대파, 무, 양파 등 채소와 간장을 넣고 끓여 장국을 만들면 좋지만 손이 많이 가니 기성품을 쓰는 게 편하다. 달걀 물을 고운 체망이나 면포에 걸러 종이포일을 깐 오븐 용기에 담는다. 달걀 두께가 2.5㎝ 정도 돼야 하니 그 높이에 맞는 용기를 고른다. 오븐 온도를 160도에 맞춰 예열한 후 달걀 물 담은 용기를 넣고 종이포일로 덮어 37분 동안 굽는다. 종이포일로 덮지 않으면 윗부분이 탈 수 있다. 굽는 과정에서 달걀이 부풀어 오르지만 식히면 가라앉는다. 구운 달걀을 꺼내 식힌 후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3∼4시간 넣어두면 도토리묵처럼 탱글탱글해진다.

빵칼로 식빵 가장자리를 잘라낸 후 구운 달걀에 얹어 크기에 맞게 잘라낸다. 식빵 안쪽에 기호에 따라 명란마요나 고추냉이마요를 넉넉히 바르고 구운 달걀을 사이에 끼워 샌드위치로 만든다. 명란마요는 기성품을 사용해도 되고, 명란 속을 긁어낸 후 마요네즈를 적당히 섞어 만들 수도 있다. 고추냉이마요도 튜브형 고추냉이에 마요네즈를 섞어 만들면 된다. 명란마요를 바르면 ‘단짠 맛’이 나고, 고추냉이마요는 톡 쏘는 맛이 달걀과 잘 어울린다.

타마고산도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맛이다. 예쁜 포장 용기에 명란과 고추냉이로 맛을 낸 타마고산도를 담아 선물해도 좋고, 나들이용 도시락으로도 제격이다. 샌드위치를 만들고 남은 달걀 조각은 초밥에 얹어 김으로 말아 먹으면 된다.

미식가인 아내에게 몇 차례 퇴짜를 맞았다. “너무 달아” “부드럽지 않고 퍽퍽해”. 까칠하게 지적하던 아내가 보완을 거듭해 완성한 타마고산도를 내놓자 한입 먹고는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날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