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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 성인 구분기준 모호
여성부 방안마련 용역 착수
여성계선 “전면 금지해야”

“키 100㎝ 정도면 ‘아동 형상 리얼돌’로 봐야 할까? 그렇다면 120㎝는 허용해야 할까?”

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에 대한 규제를 마련 중인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특히 아동 형상 리얼돌의 경우 어디까지를 아동 형상으로 볼 것인지, 그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대법원의 판단과 달리 여성계를 중심으로 “아동이냐, 성인이냐 구분 말고 리얼돌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법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 형상 리얼돌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에 착수했다고 11일 밝혔다. 정책 연구를 마치는 대로 국회에 정책 제안 형태로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아동 형상 리얼돌의 제작과 수입, 판매, 대여 등을 금지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개정안은 소지한 사람도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판단 기준이다. 키로 볼 것인지, 얼굴이나 신체를 볼 것인지 뚜렷하게 기준을 세우기 어려워 여가부 내부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가부 관계자는 “아동을 규정하는 기준을 키로 한다고 하면, 예를 들어 ‘초등학생 평균 키’로 할지, ‘100㎝ 이하’로 할지 세부적인 기준도 필요하다”며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 형태도 있고 제작비용 절감 측면에서 작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리얼돌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풀어야 할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초등학교 운영위원이었던 한 72세 남성이 100㎝ 크기의 ‘아동 섹스돌’과 아동 음란물 사진 3만4000장을 소지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올 3월 관련 규제가 도입됐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아동 형상 리얼돌을 실질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 정도인데 다만 리얼돌 자체를 금지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아동 형상 리얼돌과 특정인을 본뜬 맞춤형 리얼돌에 규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여성계는 “여성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성 상품화를 부추기는 리얼돌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15곳의 리얼돌 전문 제조·유통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윤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에 따라 리얼돌도 남성들의 욕망에 맞게 최적화된 상태로 발달할 것”이라며 “단순히 아동 형상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