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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거악(巨惡)이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하라.’ 검찰의 표상이라는 말을 듣는 일본 도쿄(東京)지검 특별수사부의 구호다. 검찰의 생명력은 권력과 당당히 맞설 때 빛이 나듯 도쿄지검 특수부는 1976년 ‘록히드 사건’에서 뇌물을 받은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구속하고, 1992년 일본 최대의 정치 스캔들인 ‘리크루트 사건’을 파헤치면서 명성을 얻었다. 다나카 전 총리도 구속영장이 집행되자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가 완벽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특수부가 수사한 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2010년 일본 3대 특수부 중 하나인 오사카(大阪)지검에서 검사가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1981년 설치돼 지난 2013년 없어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도쿄지검 특수부를 벤치마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대검 중수부 역할을 맡고 있다. 중수부는 청와대나 검찰총장의 하명(下命)사건 수사를 담당해 오면서 이철희·장영자 사건, 명성 사건, 5공 비리, 수서 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김현철 씨 비리사건, 이용호게이트 등 한국 검찰사의 획을 긋는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사건을 수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 수사했고, 노 전 대통령 죽음을 계기로 폐지론이 본격화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중수부 출신일 정도로 1993년 이후 검찰총장 19명 중 중수부를 거친 특수통이 9명이다. 그러나 특수통 총장 8명 중 5명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진할 정도로 정권과의 갈등이 계속됐다. 부작용도 있지만 이런 특수 수사가 있었기에 ‘살아 있는 권력’의 부패 척결이 가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조국 법무부 장관은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이 현재 7곳에서 3곳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권 초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특수부 축소를 건의했을 땐 반대하고 되레 검사 숫자를 늘렸던 조 장관이 이젠 특수부 수사가 자신을 향하자 ‘감탄고토(甘呑苦吐)’하겠다는 것이다. 제도 개선과 무관하게 조국 비리 수사를 철저히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