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몸 맞댄 돼지들 경기지역 양돈 농가 곳곳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 이어져 전국 돼지 일시이동중지명령이 연장 발효 중인 26일 오후 강원 춘천시 한 양돈 농장에서 돼지들이 사육 시설에서 몸을 맞대고 있다. 연합뉴스

- 강화서 9번째 확진

임진강·한탄강 달랑 20곳 조사
전문가 “2000곳에서 채취해도
감염여부 파악하기 쉽지 않아”

늦장대응·부처간 소통부족 지적

임진강·한탄강·한강 하구 주변 20곳에 대한 시료 채취 조사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 지역으로부터의 수계 전파 가능성을 일축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조사 자체가 매우 부실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ASF는 총 9건으로 늘어났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2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임진강, 한탄강을 통하는 경기 파주시, 연천군, 포천시, 김포시 일대 하천 20곳에 대해 시료를 채취했다”면서 “이르면 오늘 오후 중, 늦어도 주말까지는 검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조사로만 한정하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단정적으로 하천수 감염 원인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시료는 지난 24일까지 13곳에서 채취됐으며, 하루 뒤인 25일 추가로 7곳에 대한 조사가 착수됐다. 구체적인 채취 장소는 임진강 11곳, 한탄강 6곳, 한강 하구 3곳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ASF 수계 전파 가능성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맡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시료 채집통에 들어 있는 물로 바이러스를 농축해 분석하게 된다”면서 “금주 1차 결과 발표 이후 추가 2차 조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SF 발병 이후 시료 채취 시점이 지체된 점과 조사 지역이 턱없이 부족한 점 등을 이유로 ‘부실·늑장 조사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수계 전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하천뿐만 아니라 물과 맞닿는 토양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면서 “2000곳에서 시료를 채취해도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 20곳만 했다는 것은 사실상 말이 안 되는 표본 선정”이라고 꼬집었다. 정현규 한수양돈연구소 대표도 “정확한 시기와 장소를 알아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표본 채취 시기와 장소가 매우 중요하기에 이에 따라 천차만별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앞서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하천과 지하수를 통한 ASF 확산 가능성이 거론되자 “환경부에서 임진강과 주변 하천을 검사했고,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혀 이번 전체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북한 유입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강화군 강화읍의 한 농장에서 ASF가 발생한 데 이어 27일 오전에도 강화군 하점면의 한 농장에서 들어온 의심 신고에 대해 정밀 검사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ASF는 지난 24일 송해면의 농장을 시작으로 25일 불은면, 26일 삼산면 석모도와 강화읍, 하점면 사례까지 지난 나흘 동안 확진이 이어지고 있다.

김성훈·박정민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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