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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 심상찮은 군비경쟁… 격랑의 아·태

인도·태평양사령부 출범시켜
다국적 훈련·항행의자유 작전

러와 INF 조약 파기 하루만에
중거리미사일 亞 배치 언급도

우주사령부 17년만에 재창설
亞·太국가들 對中전선에 포섭

미국의 대(對) 중국 포위전략은 양적, 질적 측면 모두에서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따라 연합훈련에 끌어들이는 국가 수도 늘려가고 있고, 범위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오는 11월에는 대만 등 아시아와 유럽 15개국과 함께 대규모 사이버 공격 및 방어훈련을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진행되는 미국의 아·태 지역 훈련에는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국제법상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중국의 반발 논리를 무력화하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해양패권 추구를 힘으로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14일 미 해군 7함대 소속인 구축함 웨인 E 메이어 호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 주변을 항해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 중국 하이난섬에서 남동쪽으로 약 330㎞ 떨어진 파라셀 제도는 중국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H-6K 폭격기 이착륙 훈련을 실시한 곳이다. 한 달 전인 8월 6일에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중국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주변 3개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수로를 통해 필리핀 마닐라로 들어갔다.

미국은 또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태국 등 동남아시아 10개국과 남중국해 베트남 해역과 태국만에서 사상 처음으로 해상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은 구축함 등 군함 8척과 항공기 4척, 병력 1000여 명을 참가시켰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는 향후 대중 전략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할 뜻을 드러낸 시점은 지난해 5월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꾸면서다. 창설 71년이 된 사령부의 명칭을 변경함으로써 일본과 인도, 호주를 연계해 중국을 억누른다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5개 항공모함 전단과 항공기 1100대, 군함 200척, 해병대 8만6000명 등 총 37만5000명을 휘하에 두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전략 변화의 이면에는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의 행태에 대한 배신감과 불만이 내재돼 있다. 과거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지원할 때만 해도 냉전 상대였던 소련에 대한 견제, 그리고 중국의 경제적 성장이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현실은 달랐기 때문이다. 중국이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군사굴기를 노골화하자 미국은 군사력으로 억누르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단순히 사령부 명칭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을 직접 타깃으로 한 군사적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미국은 8월 2일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를 선언한 뒤 하루 만에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3일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원한다”면서 “전략 배치는 일찍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도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와 관련해 “이 지역 미군, 그리고 한국과 일본, 다른 지역의 동맹국 방어에 대한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수천 개의 그런 미사일을 배치해놨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INF 탈퇴 후 가진 첫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8월 18일) 뒤인 21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중국 겨냥을 숨기지 않았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론을 언급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 핵 협상 전략용임과 동시에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가중하려는 행보다.

미국은 8월 29일에는 2002년 폐지한 우주사령부를 다시 창설했다. 소련과 냉전 경쟁이 한창이던 1985년 만들어졌던 우주사령부를 다시 끄집어냄으로써 중국이 우주를 무기화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백악관은 우주사령부가 통신, 정보, 조기 미사일 탐지 등 우주능력을 통해 전투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워즈 전략의 부활인 셈이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대중 전선에 끌어들이는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호주 방문 당시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을 군사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 친구들이 (중국의 경제전략에 의해) 빚과 부패의 늪에 빠지는 상황을 감시해야 한다”고 이 지역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에 F-16 전투기 66대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사실이나 미크로네시아·마셜제도·팔라우 등 태평양 3개 도서국과 진행하는 국가안보협정 개정 협상 역시 군사적 대중 포위전략의 일환이다.

미국은 호주와 협력해 전투기 엔진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가공 시설 건설 등 자체 개발에 나설 계획도 세웠다. 중국과의 충돌에 대비해 세계 희토류 생산량 81%를 장악한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핵심인 호주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참석 하루 전인 22일 텍사스까지 날아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참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