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첫 만남 정의용(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4일 미국의 롯데팰리스 호텔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정 실장과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의 단독 면담은 지난 18일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대북정책 ‘근본 변화’ 의견접근

北비핵화 접근법 바뀔지 주목
트럼프 언급한 ‘새 방법’ 관심
美·北실무협상 성과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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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2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transform)’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가 그동안 유지해온 북핵 기본원칙에 변화가 초래될지 주목된다. 특히 한·미 정상이 다소 유연한 대북접근법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한·미뿐 아니라 북한도 미·북 실무협상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속도전’에 따른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현재의 흐름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성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가장 속도를 내는 쪽은 한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미·북 비핵화 실무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자 계획을 바꿔 23일 유엔총회 참석을 결정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사실상 멈춰 있던 비핵화 시계를 다시 돌리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도 전날에 이어 24일도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나 2020년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진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유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날 비무장지대(DMZ) 평화 경제 지대 구상을 밝힌 데 이어 또 다른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같은 날 “실무 협상에서 합의가 도출될 경우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문 대통령은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을 이끌어내 남북, 미·북 관계 개선의 선순환까지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모양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북 문제에 욕심을 낼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다, 이미 북한 비핵화 방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방법이 좋을지 모른다”고 밝힌 상황이다. 기존보다 다소 유연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한도 9월 말 미·북 실무협상 개최를 제안한 데 이어, 최근에도 “2~3주 내 실무협상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구상은 10월 초·중순 열릴 예정인 미·북 실무협상의 결과에 달려 있는 만큼,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한 양국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과 미국은 현재까지도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당시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도’에 치중하다가 실질적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체제 안전 보장이나 대북 제재 완화 방안을 약속하는 ‘속 빈 강정’ 협상이 이뤄질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청와대와 정부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과속’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