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로운 방법’ 의미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거듭 언급하면서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비핵화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 북한이 각각 ‘새로운 방법’과 ‘새 계산법’ 사이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을지가 향후 미·북 실무협상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상응 조치는 제재완화보다는 체제 보장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23일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완화의 경우 최근 북-중-러 관계를 볼 때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 진전을 위한 싱가포르 미·북 정상합의의 동시적·병행적 이행을 강조해왔다. 싱가포르 합의 사항이 △미·북 간 새로운 관계 설립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이라는 점도 체제 보장안 제시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북한 비핵화 조치 수준에 따라 남북 경협 일부에 대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이 실무협상에 앞서 요구한 체제보장과 제재완화에 대해 “우리는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그러한 논의들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상응 조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양자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나는 적어도 3년 동안 이 나라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 일 중 하나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의 나라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미국이 비핵화를 최종목표로 하고 그와 관련한 모든 합의를 문안에 담은 뒤에 이를 이행해나가자는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원칙을 바꿨다는 명확한 신호는 없다. 이에 따라 미·북 실무협상은 북한이 포괄적 합의를 받아들이고 비핵화를 단계별로 이행할 때 여기에 맞춰 상응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보다는 유연해진 것이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합의-단계적 이행’과는 거리가 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