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제재 강화후 조치
폼페이오 “평화적 해결 원해”
이란 외교 “제재 풀리면 가능”
양국간 대화 물꼬 트일지 주목

미국이 미뤄오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의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비자를 발급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드론·미사일 공격사건 이후 로하니 대통령을 향해 “만남을 기대한다”고 했다가 “만나지 않겠다”고 번복하며 고민을 감추지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상황에 따라 이란과의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은 갖춰놓은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군사적 대응 대신 경제적 제재 강화를 대이란 방침으로 밝힌 뒤 나온 조치여서 9월 말~10월 초 유엔총회를 계기로 양국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생겨났다.

19일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미국과 이란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 정부가 로하니 대통령과 자리프 외교장관이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비자를 발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자리프 장관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뉴욕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전날 미국이 로하니 대통령과 자리프 장관의 비자를 발급하지 않으면 유엔 총회 참석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로하니 대통령과 자리프 장관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와 사우디 공격 문제와 관련한 이란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일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중 기자들에게 사우디 원유시설 공격에 따른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와 관련해 “우리는 평화적인 해결을 원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화 달성을 목적으로 한 연합 구축을 위해 이곳에 왔다”며 “이게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바라는 임무이고, 이란도 같은 방향으로 이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 사우디에서 이번 공격을 ‘이란의 전쟁행위’로 규정했던 기류와 비교하면 확연한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대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UAE 아부다비 왕세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을 만난 자리에서는 “이란이 헤즈볼라와 같은 테러조직 지원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더 가할 것”이라고 말해 대화를 추구하면서도 최대한 압박을 가하는 정책은 지속할 뜻을 비쳤다.

서로를 향해 물러서라는 기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자리프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진심으로 군사적 대치와 엮이지 않기 바란다”면서도 “미국이나 사우디가 이란을 공격한다면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핵합의는 미국과 타결한 협상이다. 왜 또 협상해야 하느냐. 재협상이 성사된다 해도 1년 반 뒤면 또 끝날 것 아니냐”라고 반문한 뒤 “미국이 불법적으로 복원한 제재를 풀고 상황이 달라지면 그들과 대화를 고려할 수도 있다”라며 선 제재 해제를 주장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