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北 발생에도 방역소홀

파주·연천 농장 출입 차량
경북·강원도 누벼 ‘초긴장’

경기 파주시에 이어 인접한 연천군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전국에 방역 비상이 걸린 가운데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5월 북한에서 ASF가 발생한 이후 방역 대책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오전 경기 연천군 백학면 전동리 한 돼지 농장에서도 폐사한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판정되면서 연천군은 이 농장에서 사육하던 돼지 4500마리의 살처분과 농장 주변 지역 방역작업에 들어가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이 농장은 민간인 출입이 제한된 두현리 민통선 초소에서 불과 3㎞ 떨어지고 북한에서 흘러 내려오는 사미천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인근 돼지 농가들은 ASF가 전 지역으로 확산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연천군 79개 농가는 ASF가 농장 종사자들이나 13호 태풍 링링 당시 북한에서 떠내려온 돼지사체·야생동물에 의해 전파됐을 것으로 보고 이동제한과 함께 농장에 대한 철저한 소독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가 농가를 대상으로 방역대책 및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거나 방역에 늑장 대응해 ASF 발생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SF가 발생한 북한에서 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떠내려와 ASF를 전파할 수 있는데도 접경지역 시·군들은 손을 놓고 있었다.

앞서 ASF가 발생한 파주시 연다산동 농장의 경우에도 늑장 대응으로 돼지 2450마리에 대한 살처분이 17일 오후 5시가 넘어서 시작됐다. 파주 농가에서 출하돼 도축된 일부 돼지는 폐기 처분되지 않고 유통되기도 했다.

연천군 농장을 출입한 차량이 지난 9일 경북 칠곡군의 농장에, 지난 8월에는 예천군과 김천시의 돼지농장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북도는 긴급 방역을 실시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도 뒤늦게 돼지 사육 농가 18곳에 대해 매일 긴급 방역을 실시하고 외국인 근로자 고용 농가에 대한 방역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ASF 교육을 소홀히 하던 강원도는 파주 농가를 방문했던 차량이 철원 등 축산 관련 시설 31곳을 거쳐 간 것으로 파악되면서 농가 방역 소독을 확대하고 있다.

연천 = 오명근·춘천 = 이성현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