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고통에 정권 안정도 위협

중국에서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뒤 1년이 지났지만, 돼지고기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 등으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민심 이반을 우려한 중국 당국은 돈육 가격 안정을 위해 총력 증산 체제에 나서고 있다.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처음 발병한 ASF는 9개월 만에 31개 성·시·자치구 전역으로 확산했다. 중국 농업농촌부는 섣부르게 “잠정적인 승리를 했다”고 발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중국 당국의 허술한 방역 체계와 감염된 돼지를 몰래 팔아치운 농민들이 합세해 사태를 더욱 키웠다. 사태 축소와 정보 통제에만 급급했던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ASF로 인해 116만 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는 전체 돼지 사육 두수의 20% 정도인 1억 마리가 폐사된 것으로 외부 기관들은 추정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모두 2억 마리가 살처분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0일 8월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동월에 비해 46.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민은 이미 가격 급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돈육가 상승 여파로 대체재인 소고기와 양고기 등 다른 육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돈육은 중국 육류 소비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따른 민심 이반도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돼지고기 검색 건수는 미·중 무역전쟁 검색 건수의 69배에 달했다. 국민의 불만이 커지자 중국 당국은 대대적인 돼지고기 증산 계획에 나서며 민심 달래기에 여념이 없다.

후춘화(胡春華) 부총리는 최근 대책회의에서 “돼지고기의 충분한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긴박한 정치 임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대규모 양돈 농가가 새 시설을 지으면 최대 5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또 냉동 돼지고기 비축분을 긴급 방출하는 등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