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일환 전 대법관이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바른빌딩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법관 증원보다는 고등법원과 지방 항소부를 통합한 항소법원에 우수한 판사를 배치해야 한다”며 법원개혁 및 신뢰회복 방안에 대한 소신을 언급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경북 군위가 고향인 박일환 전 대법관은 연고 때문인지 흔히 ‘대구·경북(TK) 판사’로 불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TK 판사라는 말도 해당 지역 출신임을 강조하는 것뿐이지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판사들의 판결에 대해 보수, 진보 등 성향에 따라 판단이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판사들을 멋대로 진보, 보수로 분류하지만 제대로 된 판사들은 개인의 가치 이전에 법에 의한 해석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판사로 생활하고 지금은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는 박 전 대법관은 법조인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과 철학을 ‘경청(傾聽)’이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동기와 정서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을 보였던 박 전 대법관은 “요즘은 변호사로서 재판을 받는다”고 최근의 근황을 전했다. 박 전 대법관은 헌법과 지식재산권 분야의 탁월한 식견으로 유명하다. 2005년 1월 국내외 음반제작사들이 개인 대 개인(P2P) 방식의 음악 파일 교환 프로그램 업체 ‘소리바다’를 상대로 제기한 서버중단 가처분 이의소송 항소심에서 서버 운영 중단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요즘 일주일에 두 게임 정도씩 2∼3번 테니스를 친다”고 말했다.


△1951년 경북 군위 △경북고, 서울대 법학과 △제15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부장판사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제주지방법원장·서울서부지방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대법관 △현 법무법인 바른 고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