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본 요코스카항에 정박한 군함 ‘JS 구니사키호’앞에 욱일기가 나부끼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의 ‘최대 과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11일 단행하는 당정개편의 핵심 키워드로는 단연 ‘전쟁 가능한 나라’로의 개헌이 손꼽힌다. 향후 아베 내각이 최대 국정과제로 전력투구를 하려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7월 참의원선거에서 개헌발의선 확보에 실패했지만 아베 총리가 자신의 평생 과업이자 정치인이 된 목적으로 개헌을 꼽고 있는 만큼 아베 정부의 개헌 드라이브는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9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개각 의사를 밝히며 “정치의 계속성, 안정성을 중시하면서도 분위기를 새롭게 해 다양한 문제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인사의) 강력한 포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당정개편의 성격으로는 안정과 도전을 동시에 꼽았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베 총리가 개각을 시사하면서 ‘도전’이라는 말을 꺼내 든 것은 개각을 통해 개헌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7월 참의원선거 유세 기간 시종일관 개헌 의지를 밝히려 이를 공약으로 전면 부각시켰다. 이후에도 2021년 9월까지인 자신의 남은 임기 핵심의제로 개헌을 내세웠다. 그가 속한 자민당 최대 파벌 호소다(細田)파에서도 공공연히 개헌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개각이 아니면 안 된다는 발언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개헌을 자신의 최대 숙원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은 오래전부터 공공연히 표명돼왔다. 2013년 NHK 인터뷰에서는 “헌법 개정은 내 평생의 과업”이라며 “내가 무엇을 위해 정치가가 됐는지 생각하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 싶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가 이처럼 개헌에 목매는 데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인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의 영향이 크다.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기도 한 기시 전 총리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의 개헌을 염원으로 삼았다.

아베 총리는 개헌을 위해 이번 개각에서 자신이 믿을 수 있고 내부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최측근 인사들을 내각 전면에 포진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개헌을 위해서는 당내 의견 결집도 중요한 만큼 간사장 등 자민당 주요 간부에 대한 인사카드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 핵심 포스트에 대한 정지작업이 마무리되면 아베 총리 자신은 개헌안 발의를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이번 참의원선거에서 개헌선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개헌 논의에 긍정적인 야당 국민민주당 등은 물론 무소속 의원들에 대한 설득작업에 나설 태세다.

아베 총리의 시나리오대로 개헌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개헌에 반대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역시 개헌에 신중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개헌에 무관심한 국민이 아베 총리의 손을 들어줄지 미지수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