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의 논란은 있지만, 진도아리랑에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 구부가 눈물이 난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이라는 가사가 있다. 문경이 ‘아름다운 여행지 100선’ 중 단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문경새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시절 문경새재는 ‘청운을 품고 걸었던 소원의 길’로, 태종 이후 500여 년 동안 한양과 영남을 잇는 가장 번듯한 길이었다. 다양한 길이 있었지만 새재가 ‘열나흘 길’로 가장 빨랐다. 추풍령은 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은 대나무처럼 미끄러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 택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이런 스토리가 있어서일까? 문경을 찾는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문경에는 문경새재만 있는 게 아니다. 오미자 6차 산업화지구 확대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즉, 농산물 생산(1차)만 하던 농촌이 가공(2차)을 통해 상품을 만들고, 자원(amenity)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3차)으로 ‘1×2×3=6차 산업’을 새로 모색하고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오미자를 활용한 오미자 청, 오미자 담그기, 오미자 와인 등 체험장을 조성, 감수성과 창의성을 자극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판매로 이어져 농가 소득을 창출한다.

농촌 체험 과정은 주민 참여를 통해 두레와 같은 공동체 문화 형성과 청소년 창의성 교육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문경의 새로운 모델은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청소년 방문을 통해 국가 간 농촌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등 국제 교류를 확대해 ‘글로벌 문경’으로 거듭나고 있다. 남북 정상이 만났던 백두산 천지에서 진도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눈부신 발전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어디서든 만남과 관계 형성이 가능한 글로벌 시대다. 바다가 없는 문경은 아리랑의 고장 진도의 싱싱한 해산물과 문경 무공해 농산물 간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해 보자. 그러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맛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문경새재’를 언급했던 진도아리랑이 이미 이런 시대를 예측했다고 하면 너무 비약일까?

김승철 한국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