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LA 에인절스의 앨버트 푸홀스가 2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회 초 3점 홈런을 날린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韓,‘반발 계수’ 낮춰 ‘투고타저’ 뚜렷
美, MLB “유지” vs 투수 “높였다” 공방

韓, 20일까지 홈런 818개 그쳐
작년의 1376개보다 558개 줄어
美선 30개 구단이 5274개 기록
올 6700개로 역대 최다 가능성

韓·美 공 둘레 234㎜ 크기 같아
소 엉덩이 가죽 2장으로 감싸고
총 216번 바느질로 실밥 만들어

이미지 크게보기 KBO리그 공인구(왼쪽)와 메이저리그 공인구. 리그 커미셔너의 사인이 눈에 띈다. KBO 제공

공인구에 울고 웃는다.

한국과 미국 프로야구의 ‘행보’가 정반대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홈런 양산 시대. 반면 국내 KBO리그에선 홈런이 뚝 떨어졌다.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의 큰 특징은 투고타저다. 지난 2013년 798개였던 전체 홈런은 2014년 1162개로 급등했고 2015년 1511개, 2016년 1483개, 2017년 1547개, 지난해 1756개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는 40홈런 이상을 날린 타자가 두산 김재환(44개)과 SK 제이미 로맥, 키움 박병호, KT 멜 로하스 주니어(이상 43개), SK 한동민(41개) 등 5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전혀 다르다. 20일까지 574경기에서 나온 홈런은 818개로 지난해 같은 경기수(2018년 9월 4일)의 1376개보다 무려 558개 적다. 이에 따라 30홈런 미만 홈런왕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일까지 홈런 1위는 25개의 재리 샌즈(키움)이고 로맥과 박병호, SK 최정이 23개로 2위다. 지난해 홈런왕 김재환은 올해 14홈런뿐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KBO리그 공인구가 제작되는 과정. 공인구는 면사를 감는 것 외에는 수작업으로 진행되며, 모두 10단계를 거친다. 스카이라인 제공

반면 메이저리그에선 20일까지 5274개의 홈런포가 터졌다. 지난해 전체 홈런 5585개에 근접했고, AP통신은 올해 홈런을 6700개로 예상했다. 역대 최다였던 2017년의 6105개 경신은 시간문제다.

홈런이 KBO리그에서 확연히 줄고, 메이저리그에서 눈에 띄게 증가한 건 공인구 때문으로 분석된다.

KBO는 지난해 12월 열린 규칙위원회에서 기존 0.4134∼0.4374였던 공인구 반발계수를 0.4034∼0.4234로 낮췄다. 이에 따라 타구의 비거리가 짧아졌다. 반발계수가 0.001이 줄어들면 비거리 20㎝가 짧아진다. 실제로 전체 홈런의 평균 비거리는 지난해 118.2m에서 올해 115.8m로 2.4m 줄었다. 안치용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바뀐 공인구 효과가 확실히 나타났다”면서 “처음에는 반발계수 하향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공인구 대처에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메이저리그는 공식적으로 반발계수를 손보지 않았다. 그러나 선수들, 특히 투수들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공인구를 조작했다고 의심한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는 지난 7월 올스타전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아주 엉터리”라며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공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공인구 조작은 반발계수 상향 조정을 의미한다.

메이저리그 공인구 반발계수는 0.3860∼0.4005이지만 투수들이 체감하는 반발계수는 훨씬 높다는 지적이다. 벌랜더는 95마일(약 153㎞) 이상의 강속구가 주무기인데, 올해 피홈런 공동 1위(31개)다. 지난해 6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공인구 생산업체인 롤링스를 인수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야구공의 반발계수는 콘크리트, 또는 나무 배트를 향해 일정한 압력으로 야구공을 쏜 뒤 충돌 전·후 속도의 차이를 비교, 평균값을 구한다. 국내에서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시험소가 유일한 공인구 반발력 테스트 기관이다.

반발계수의 차이는 있지만 공인구의 제작과정은 미국, 한국이 동일하다. 첫 공정은 22g짜리 붉은색 코르크 심에 양모, 즉 양의 털로 만든 실을 골고루 감는 것. 실을 감은 코르크를 양모 다섯 가닥을 합친 5합으로 둥글게 감은 뒤 다시 양모 3합으로 감싼다. 양모로 만든 실을 사용하는 이유는 공의 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다음 7합 면사, 즉 면이 주원료인 실로 감는다. 7합 면사는 이불 꿰매는 실 굵기. 이어 가는 실로 촘촘히 공간을 메우면서 둥근 모양으로 섬세하게 가다듬는다.

코르크에 실을 감는 공정이 끝나면 가죽옷을 입힌다. 소가죽으로, 가장 단단한 엉덩이 부분의 A급을 사용한다. 소 엉덩이 부분 가죽은 탄력이 뛰어나고 쉽게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땅콩 모양으로 잘린 두 장의 소가죽을 접착제에 적신 뒤 실로 감은 공에 붙이고 이음새를 꿰맨다. 야구공 제작 공정이 기계화되지 못하는 건 바느질 작업 때문이다. 초를 미끈미끈하게 바른 10가닥의 붉은 면사로 바느질한다. 양손으로 바늘을 잡고, 손을 교차시키며 꿰맨다. 한 손당 108번씩, 총 216번의 바느질이 요구된다.

바느질한 부분이 실밥이다. KBO리그는 실밥 폭이 8㎜(지난해는 7㎜) 기준이며 메이저리그는 9∼10㎜다. 공 1개를 꿰매는 데 20분 정도가 걸린다. 1㎜ 차이는 육안으론 확인하기 어렵지만, 실밥을 활용해 공을 던지는 투수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류현진(LA 다저스)이 좋은 예. 류현진은 다저스에 입단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해, 실밥 폭이 국내 공인구와 달라 변화구를 던지는 데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공의 사이즈는 같다고 보면 된다. 공인구 규격은 메이저리그가 둘레 234㎜, 무게 146.5g이고 KBO는 234㎜, 146g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매년 KBO에 공인구를 보낸다. 국내 프로야구 공인구 제작에 참고하란 뜻이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